나눔북스 제13권 “성공하는 모금 제안의 기술” 발간 기념
– 아름다운재단 사무국 ‘저자와의 만남’ 현장 스케치
김재춘 소장(가치혼합경영연구소)이 쓴 신간 “성공하는 모금 제안의 기술”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기부문화총서의 새 이름 <나눔북스>의 열 세번째로 발간된 책은 지난 연말에 벌써 1천권 판매를 돌파하여 [나눔북스] 중 최단기간 1천권 판매 기록을 세웠습니다. 2019년 1월 16일 수요일에는 스무 명의 아름다운재단 간사들이 김재춘 소장을 만났습니다. 김재춘 소장의 발표와 아름다운재단 간사들의 질의로 학구열에 불타오르던 현장을 전해 드립니다! |
1. 책을 통하여 말하고 싶었던 것
저는 광고기획사에서 광고를 제안하는 일을 하다가 비영리로 넘어와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비영리에 와서 일하시는 분들을 보니 좋은 마음을 표현하는 “포장”이 많이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고자 하는 일의 좋음이 10이라면 표현되는 것은 그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비영리에 와서 작성한 제안서가 3~400건, 그리고 각종 심사에 참여하여 검토했던 제안서는 수천 건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수많은 제안서를 검토하면서 느낀 것은 두 가지인데요.
첫째, 자기가 하는 일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에 관하여 설명하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듣는 이 입장에서는 매력이 없습니다. 둘째, 기부자가 돈을 내게끔 하는 원리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한마디로 ‘설명’을 하려고만 하지 ‘설득’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비영리 모금가 여러분께 두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첫째, 자신을 매력적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제안의 목적을 분명히 하여 ‘설명’하지 말고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나온 “성공하는 모금 제안의 기술”에서는 두 번째 드리고 싶은 말씀을 중점적으로 다루었습니다.
2. 우리가 하는 일을 매력적으로 표현하기
사실 이번 책에서는 우리가 하는 일을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많이 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먼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자신을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글에는 다음의 내용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먼저, 듣는 사람을 끌어들입니다(Promotion). 광고에서 ‘지금 사면 30퍼센트 할인’, ‘사은품 증정’ 등이죠. 그렇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서 잡아둡니다.
둘째, 듣는 이가 나의 주장을 받아들일 생각의 틀을 제공해야 합니다(Framing). ‘비타민 원료의 원산지를 확인하라’거나, ‘맥주 맛은 물맛이 중요하다’와 같이 소비자로 하여금 어떤 제품을 구매할지를 판단할 때 사용할 프레임을 제공합니다. 그 프레임은 물론 “이 제품을 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셋째, 특장점을 설명합니다. ‘가장 많이 팔리는 비타민’, ‘100퍼센트 영국산 원료’와 같은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후기가 중요한데, 후기의 맨 앞쪽에는 특장점이라고 강조했던 내용에 관한 것을 배치합니다.
이러한 구조에 대해서 비영리 모금가들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설득하는 모금가의 관점 – 기부자 중심 사고
한 온라인 서점에 올라 있는 댓글 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책의 제목을 보고 큰 기대를 갖고 책을 사서 읽었는데, 기부자의 입장에서 모금하라는 빤한 얘기였다.’ 사람들은 이런 댓글을 악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독자가 핵심을 잘 이해하도록 내가 책을 쉽게 잘 썼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기부자의 입장에서 모금하라’는 이 뻔한 말을 우리는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을까요?
제가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무슨 일을 하는 곳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재단 홈페이지에 나와 있거나 혹은 스크립트가 준비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준비된 스크립트로 답하기 전에 “누가 묻는가?”를 먼저 생각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변은 누가 묻는지에 따라 당연히 달라져야 합니다.
모금을 제안하는 사업의 본질에 관하여 모금가가 생각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업에 대한 기부자의 반응은 사뭇 다를 수 있습니다. 기부자 중심으로 모금하기 위하여 사업의 본질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의 본질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요인들을 기부자가 선호하는 것부터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것이 높은 것부터 제안 콘셉트를 잡아야 합니다. 이 내용은 이 책의 115쪽부터 122쪽에 걸쳐 설명이 나와 있는데요, 이 책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침묵의 필요성
다음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침묵하라”입니다. 왜일까요?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하는 등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절대 3가지를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기부를 결정하는 요인 역시 3가지를 넘지 않을 것입니다. 그 3가지가 무엇일까. 뭐라고 설득하면 기부자가 이에 반응할까? 그것을 찾아내기 위한 ‘침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름다운재단 간사들과의 질의응답질문 1. 비영리 활동가들은 왜 기부자를 먼저 생각하지 않을까요? “기부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배우고 연습하지 않아서 그렇지,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반응하는 모금가라면 ‘기부자 중심으로 생각하라’는 것을 알고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부자를 중심으로 생각하기’는 매직아이를 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매직아이를 처음 보는 사람이 그 안에서 그림을 바로 보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일단 그림이 보이면 안 보기가 더 힘이 듭니다. 이와 같이 일단 ‘기부자 중심 사고’로 관점을 바꾸기만 한다면 좀처럼 바꾸기 어려울 것입니다. 질문 2. 기부를 요청할 사람들의 결핍 수준이 다를 때 기부 기부자가 기부에 참여하는 동기 요인은 생각보다 훨씬 많으며, 기부자마다 반응하는 요인 또한 제각각입니다. 예를 들어서, <아이스버킷챌린지>에 사람들의 동참하는 이유가 오직 ‘루게릭병의 치료’에만 있을까요? 심지어 <아이스버킷챌린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루게릭병’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기부에 참여하는 동기는 매우 다양합니다. 그리고 기부의 동기에는 순수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기부자의 심리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재단에서 발간한 [기부자의 7가지 얼굴]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을 한 번 읽어보셔야 합니다. 하지만, 기부자의 동기가 모두 다르기만 하다면 대중모금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요. 다행히도 기부자의 동기에는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기부자들 간에 이런 비슷하거나 겹치는 동기를 찾아내는 것을 ‘그루핑(grouping)’이라고 합니다. 모금가라면 기부자에게 한 가지 메시지만을 제안하고 포기하기보다는, 기부자의 겹치는 욕구를 끊임없이 찾아내어 이야기해 줘야 합니다. 질문 3. 제안 콘셉트를 잡는 것이 가장 쉽다고 하셨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기부자의 욕구는 다양하나 사업 성격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이에 따라 갈등도 많이 생깁니다. 이 갈등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기부자 중심 사고’를 말할 때 지금까지는 ‘기부자가 좋아할 메시지를 개발하는 것’에 관해서만 이야기했는데요, 여기에는 ‘기부자 욕구와 관련한 내부 협상’이라는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기부자가 만족하는 제안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협상가, 즉 모금가에게 힘이 실려야 합니다. 여기에는 모금가의 적극성 등 개인성향이 영향을 끼치겠지만 조직 차원의 제도적 장치와 문화도 필요합니다. 사업담당자은 물론 사업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지만 약간의 유연성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유연성을 “30퍼센트의 자유도”라고 부릅니다. 제가 제시하는 판단 기준은 세 가지인데요, 사업에 기부자의 욕구를 수용했을 때 첫째 수혜자가 타격을 입는가, 둘째 조직이 타격을 입는가, 셋째 사업의 본질이 훼손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중에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기존의 사업 운영 방식을 일부 바꿔야 하더라도 사업담당자는 이를 수용해 주어야 합니다. 모금담당자는 사업담당자를 협상의 상대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담당자가 모금담당자의 제안을 당연히 들어줘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사업담당자의 의견을 듣고 설득해야 합니다. 모금담당자가 사업담당자와 갈등관계에 있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사업담당자는 돈이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모금담당자 역시 좋은 사업이 있어야만 모금을 할 수 있지요. 이런 면에서 모금담당자와 사업담당자는 한 배를 탄 것이기도 합니다. 기부자와의 관계에서도 ‘된다’ 아니면 ‘안 된다’의 이분법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기부자의 욕구가 원칙에 어긋난다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수정 제안, 즉 기부자가 만족할 만한 다른 제안을 해야 합니다. 아니, 기부자의 요구가 원칙에 어긋날 때를 대비해서 두 번째, 세 번째 제안을 늘 준비해야 합니다. 제3의 방법은 반드시 있습니다.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말고, 상심하지 말고 제3의 방법을 끈질기게 찾아야 합니다. 모금담당자와 사업담당자 간 갈등을 방치하면 조직문화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 조직 내에 있어야 합니다.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질문 4. 모금 제안을 해 오시면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순간이 있으셨는지, 그것이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기쁘지 않습니다. 내가 이렇게 제안하면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할 거라고 생각하고 제안했는데, 거기에 내 예상대로 사람들이 반응할 때 짜릿함을 느낍니다. 저는 “모금가는 작전의 성공을 기뻐해야지, 통장에 들어오는 돈에 기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내가 열심히 했는데도 기부금이 들어오지 않거나, 또는 내가 한 일이 별로 없는데 운이 좋아서 기부금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전의 성공’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모금가로서 일을 즐기려면 그러니까 작전을 열심히 짜야 합니다. 질문 5. 책에 많은 예시가 있어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러 사례 중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의 [모자 뜨기 캠페인]이 성공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다른 유사한 캠페인은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요? 성공의 요인을 분석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성공의 요인이라고 봤던 것이 나중에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합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쉬웠다는 것입니다. 후발주자들의 방법은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바느질은 쉽지 않습니다. 둘째, 뜨개질이라는 아이템이 당시 문화적 트렌드와 맞아떨어졌습니다. 캠페인이 시작될 당시는 집에서 혼자 하는 취미생활이 유행하던 원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문화적 트렌드를 예로 들어서 ‘아나바다 운동’이 아름다운가게 출범의 문화적 토대가 되었던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셋째, 캠페인의 구조를 잘 만들었습니다. 털실 키트를 사고, 뜨고, 모자를 내고, 이를 자기홍보(SNS) 매체에 올리는 구조였는데, 마침 이때 SNS가 활성화되던 시기였습니다. 넷째, 훌륭한 메시지를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45,726번째 털모자를 떠 주세요.”라는 메시지는 이 캠페인이 개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느낌을 줍니다. 또한, 캠페인 메시지를 계속 달리함으로써 다양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냈습니다. 다섯째, 단체 참여와 유명인 참여를 이끌어내었습니다. 단체 참여와 유명인 참여는 참여의 확산을 통한 큰 파급효과를 유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