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정부와 손잡고 ‘화장실 혁명’ 시작
게이츠 재단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은 인간의 배설물을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배설물을 물로 씻어 내릴 필요가 없는 건조방식 화장실, 배설물을 에너지로 전환한다거나 소변을 음료수로 정화한다는 얼핏 들으면 황당한 방법을 자못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립자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선가로 이미지를 바꾸고 있는 빌 게이츠는 이와 같은 대담한 연구에 힘을 실어 전혀 새로운 형태의 화장실 혁명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프로젝트는 빈민 지역의 비위생적 환경에 대해 ‘혁신적인 해결방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게이츠는 고전적인 화장실의 시대로부터 변화할 때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의 모든 성과에도 불구하고, 세계 인구의 40 %,가 아직도 배설물을 씻어내는 적절한 수단이 없이 살고 있지만, 먹을 물도 없는 나라에서 수세식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유니세프 추산에 의하면 수세식 화장실은 전 세계인 중 60%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나머지는 용변을 물로 씻어 내리지도 못하고 11억 명은 아예 화장실이 없이 살고 있으며
매년 5세 이하의 아동 중 천이백만 명이 오물과의 접촉을 통해 설사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 이처럼 화장실을 비롯한 위생시설의 부족은 식수오염과 그에 따른 많은 질병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유엔의 반기문 사무총장은 2015년까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어 죽어가는 사람의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의 ‘5개년 위생 계획’을 승인했다.
게이츠 재단의 혁신적인 화장실 개선 아이디어에 독일정부는 두 손을 들어 지지를 표명하면서 1000만 달러를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독일국민의 지원을 받게 된 이 프로젝트는 향후 5년간 케냐의 80만 명에게 화장실을 만들어주고 20만 명에겐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비영리재단과 정부의 공조로 진행될 이 프로젝트가 어떠한 실효를 거두게 될 지 지켜볼 일이다.
화장실의 새로운 진화는 과연 가능할 것인가? 게이츠 재단의 화장실 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정말 있기나 한 걸까?
게이츠 재단에서 물과 위생시설 관련 부서의 책임자로 일하는 프랭크 리스베르만은 현재 두 개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는 화장실이 없는 농촌지역과 빈민가에 간이 화장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이고 다른 하나는 연구지원 프로젝트로 인간의 배설물을 처리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구하는 과학자를 지원하는 것인데 현재 인간의 배설물을 마이크로웨이브로 전환해 일종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실험을 지원하고 있다. 얼핏 황당하게 들렸던 연구는 실제로 진행중인 것이다.
세상을 뒤집는 아이디어의 산실 Grand Challenges Explorations(GCE)
2008년에 시작된 게이츠 재단의 연구지원 프로그램으로 현재까지 40개국의 약 500명에게 수여되었다. 분야를 망라하고 단체나 개인의 구별 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두 페이지 분량의 지원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된다. 선정된 연구자는 십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며 성공적 프로젝트에 대해선 최대 만 달러가 추가로 지원되기도 한다.
화장실 혁명 프로젝트 역시 이런 연구지원 프로그램에 힘입은 바가 크다. 세계보건 분야 책임자인 타치 야마다(Tachi Yamada)박사는 보건 분야의 발전과 진보에도 불구하고 질병퇴치와 예방을 위한 백신 개발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창의적이고 대담한 아이디어만이 세계보건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25개의 연구주제가 보건분야의 창의적 아이디어로 선정되어 GCE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100개국 2500개 이상의 제안서 중에서 선택된 아이디어 중에서 보건 분야와 관련된 주제의 하나가 차세대 위생기술이다. 진행 중인 연구는 아래와 같다.
l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기예르모 바산(Guillermo Bazan)은 인간의 배설물을 분해하여 열과 전기로 변환하는 혁신적 방법을 연구하게 된다.
l 영국의 버지니아 가디너(Virginia Gardiner)는 생분해성 필름을 이용한 휴대용 카트리지에 배설물을 밀봉하는 방식의 물이 필요 없는 화장실을 개발하는 중이다.
l 가나 소재 국제수자원관리연구소 Olefunke Cofie는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위해성을 제거한 배설물로 만든 비료를 개발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만 본다면 게이츠 재단이 주창하는 ‘수세식 화장실을 뛰어넘는 화장실 혁명’은 충분히 가능하다. 혁신적 아이디어에 대한 지속적 연구지원을 통해 실질적 방법을 마련하게 하고 제 3섹터와 정부기관의 합치구조 형성을 통해 프로젝트의 실효성과 영향력을 높이는 방식 또한 꽤 효과적으로 느껴진다. 첫 걸음을 뗀 화장실 프로젝트가 어떤 길을 가게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참고:
http://philanthropy.com/blogs/the-giveaway/gates-foundation-seeks-to-reinvent-the-toilet/443
* 자료조사에 도움을 준 편창훈 인턴(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