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킹스크로스 역에는 희한한 플랫폼이 하나 있다.
PLATFORM  93/4
플랫폼 9도 아니고 플랫폼 10도 아닌, 그렇다고 딱 그 중간도 아니고 플랫폼 10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진 곳에 있다는

보통의 눈으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플뢧폼 9와 4분의 3!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마법학교 호그와트를 향해 떠나는 기차를 타기 위해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고 모인 바로 거기.

 

아주 오래 전 유럽을 떠돌던 망령들처럼 지금 우리 주위를 떠도는 게 있다. 소셜미디어
쉴 새없이 중얼거리는 어느 천재 대학생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페이스북은 순식간에 전 세계를 강타하며 소셜네트워크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140자의 분량으로 의견을 나누면 어떨까라는 두 청년의 심플마인드는 트위터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수많은 재잘거림을 들리게 하고 있으며 유투브를 통한 컨텐츠의 확산은 이미 빛의 속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 정도면 대세랄 수 밖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에 몸을 맡기고 소셜미디어
의 바다에 뛰어들기로 작정을 한 비영리단체가 있다면 잠깐!
입수 전 준비운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오픈한 지 일년이 지나도록 업데이트 한 번 하지 않은 단체 홈페이지를 뒤로 하고 다들 하니 나도 하겠다는 묻지마 식 입수로는 원하는 바를 끌어낼 수도, 기대치를 충족할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무척 당혹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에스라인을 자랑하는 파멜라 앤더슨이 허우적거리는 당신에게 구명튜브를 던져주리라는 생각은 말끔히 지워 버려야 한다. 그런 일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맞춤형 소셜미디어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본 경기에 앞서 어떻게 몸을 풀어야 할 지가 고민이다. 미국 적십자의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을 보면 모든 단체는 자신의 몸에 맞는 소셜미디어 전략을 세우고 단체의 상황에 가장 부합하는 도구를 찾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단체활동의 새로운 도구로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전략의 가닥을 12단계로 나눠 세심하게 보여주고 있다.

Step 01: 소셜미디어에 익숙해져라
Step 02: 기관의 미션을 바르게 이해하라
Step 03: 경청하라
Step 04: 전체적으로 움직여라
Step 05: 이미 사용하고 있는 매체로부터 배워라
Step 06: 단체의 미션을 평가하라
Step 07: 단체의 소셜미디어 전략을 세워라
Step 08: 단체에 적합한 도구를 선택하라
Step 09: 홍보하라
Step 10: 실행하라
Step 11: 평가하라
Step 12: 측정지표를 공개하라

아름다운재단의 기부문화총서 5 <로빈후드 마케팅>의 저자 케티야 안드레센(Katya Andresen) 또한 소셜미디어 활용과 관련해 다음의 사항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l  사람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라

l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정하라

l  주저하지 말고 참여하라

l  대박 컨텐츠를 만들어라

l  시너지를 일으켜라


안드레센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모금의 역학관계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면서 소셜네트워크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주요한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모금을 위한 일차적 공간은 아니라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만병통치가 될 수 있다는 암묵적 등식에 일침을 가한다고 볼 수 있다.  2010년에 페이스북을 통한 모금으로 만 달러 이상을 모은 단체가 3% 미만이라는 크로니클지의 기사 역시 이러한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셜미디어 활용 = 기부신청 증가 = 모금캠페인 성공?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온라인모금에 있어 위와 같은 단선적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소셜네트워크라는 새로운 환경이 모금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인정해야만 한다. 바로 이 지점에 비영리단체의 고민은 존재한다. 그러므로 새롭게 대두된 소셜미디어의 파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활용법을 단체의 성격과 활동방식에 맞춰 찾아내 적극적으로 익혀야 한다는 적십자사의 미디어전략은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어떻게? 트윗을 날리고 페이스북 담벼락에 글을 남기는 게 버겁다면, 그 버거움에 단체 스스로 어쩔 줄 몰라 한다면 무슨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의무와 당위로 가득한 트윗과 포스팅은 보는 사람에게도 하는 사람에게도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단순한 사용을 적극적 활용으로, 의미있는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선 단체 실정에 맞는 미디어전략이 세워져야 한다.

누구나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불필요한 강박이다. 그런 강박에서 자유로워 질 때만이 소셜네트워크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제대로 헤엄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기왕의 방식과 소셜미디어 방식을 현명하게 선별하고 단체의 상황과 역량에 맞는 멀티 채널, 새로운 플랫폼을 찾을 수 있다. 해리포터와 그의 친구들이 보이지 않던 플랫폼 9와 4분의 3을 찾았 듯. 

 

참고자료:
Five Boxes to Check Before Your Social Media Foray

http://www.fundraising123.org/article/five-boxes-check-your-social-media-foray%20

 

미국적십자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