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고향납세를 계기로 기부자 및 NPO와 지자체가 협력할 것을 제안했을 것”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가 법인 기부 허용과 세액공제 확대를 둘러싼 ‘확대’ 국면에 들어섰다. 같은 길을 먼저 걸은 일본의 경험은 한국에 어떤 질문을 던질까. 2026년 9월 30일, 일본 펀드레이징협회(Japan Fundraising Association, JFRA)에서 일본의 기부 실태 조사 ‘기빙 재팬(Giving Japan)’을 담당하는 오히시 슌스케 이사를 만났다. 올해 조사는 일본의 고향납세(후루사토 노제이) 제도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도입 18년 차 일본 제도의 명암, 그리고 한국이 준비해야 할 것을 물었다.
Q. 일본의 고향납세는 어떤 배경에서 시작됐나.
지방과 수도권의 세수 격차를 줄이려는 목적이 컸다.1 일본에는 지자체가 약 1,700개 있는데 대부분 수도권 밖이다. 인구의 약 30%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지방 출신이 대도시로 옮겨가며 세수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구조였다. 이 격차를 완화하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래서 명칭은 ‘납세’지만, 제도상으로는 기부로 규정되어있다. 당시 NPO측에서 “호화로운 답례품이 본래의 기부문화를 무너뜨린다”, “민간 비영리조직과의 불공평한 세제 혜택으로 NPO에 대한 기부가 줄어든다” 등의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큰 변화 없이 제도 도입으로 이어졌다. 이후 고향납세를 NPO 활동에 활용하는 협력형 시도가 등장했다.
Q. 지난 18년의 역사를 볼 때, 고향납세가 기존 기부를 잠식했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았다. 최신 『기부백서2025』2 조사에서 고향납세 이용자와 기존 개인기부자는 거의 겹치지 않는 ‘별도 집단’이었다. 고향납세는 급성장해 전체 개인기부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커졌지만, 그 성장이 기존 개인기부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부시장 전체로 보면 활성화에 가까웠다.
| [편집자 덧붙임] 다만 이 결론을 한국에 그대로 옮기기는 조심스럽다. 일본에서 두 집단이 분리된 데에는 양국 제도의 틀 차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고향사랑기부 참여와 금액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그것이 기존 기부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참여와 금액이 커질수록 기존 기부가 감소하는 구축효과(crowding-out)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어, 일본의 ‘구축효과 없음’이 한국에도 성립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
Q. 다만 ‘기부가 늘었다’와는 다른 이야기인 듯하다.일반 시민들은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나.
맞다. 이 역시 『기부백서2025』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90% 이상은 절세와 답례품이 주된 목적이며, 이를 기부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기부 동기로 참여하는 사람은 10%채 되지 않는다. 중개 사이트에서도 ‘어떤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지’가 가장 크게 소개되니, 사람들은 답례품을 보고 기부처를 고를 것이다. 기부금이 어디에 쓰이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답례품을 받지 않고 사용처를 지자체에 맡기는 선택지도 있지만 극소수만이 이를 선택하고 있다. 제도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 본래 취지와 동떨어진 의미로 자리 잡고 말았다. 따라서 우리의 과제는 이 10%를 어떻게 늘려갈 것인가다.
Q. 답례품 과열이나 중앙정부의 세 부담 문제는 어떻게 다루나.
총무성 통지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답례품 관련 비용을 전체의 47.5%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가 시행된다. 그중 답례품 자체는 30% 이내, 조달과 홍보가 나머지 17.5%다.3 총무성도 지자체 간 답례품 경쟁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중앙정부의 세 부담이 커지는 데 대한 시민의 반대 여론은 별로 들리지 않고 있다. 고향납세 기부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받는 혜택에 대한 관심이 높고, 그 세수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관심은 낮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해결의 열쇠는 사람들의 기부와 공조에 대한 인식을 바꿔가는 일이라고 본다.
Q. 한국 NPO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지자체와 NPO의 협력이다. 일본에서도 고향납세 제도 도입 당시 제기된 목소리 등을 반영해 협력형 시도가 생겨나고 있다. 몇몇 국제비교조사에서는 일본에서 NPO에 대한 신뢰는 아직 낮은 반면, 지자체 등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자체는 신뢰를, NPO는 사업 역량과 실행력을 갖고 있다. 협력하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사가현이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인데, 사가현은 현 내 NPO의 육성 및 성장과 과제 해결 촉진을 목적으로, 고향납세를 NPO에 대한 기부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4 그 결과,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며 성과를 낸 NPO 등이 사무소를 사가현에 두게 되었다. 다양한 사업을 NPO와 협력함으로써 현 내 과제 해결이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부야구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고 특정 주제로 사업을 설계하면 훨씬 수월해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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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덧붙임] 사가현의 고향납세 × NPO 협력 모델 사가현은 ‘고향납세(NPO 등 지정기부)’라는 독자적인 구조를 운영한다. 기부자가 현 안에서 응원하고 싶은 단체(NPO·시민활동단체 등)를 직접 지정해 기부하면, 현은 그 기부액의 85%를 지정된 단체에 사업비로 교부하고 나머지 15%만 모금·운영 경비로 쓴다. NPO의 가장 큰 고민인 자금 조달을 제도가 풀어주는 방식이다. 2025년도 기준 지원 대상은 118개 단체, 기부 총액은 약 5억 8,800만 엔에 이른다.
성공의 열쇠 — 기부자와 NPO의 직접 소통. 기부자는 세제 혜택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지정한 단체로부터 “당신의 기부로 치료제 연구를 이만큼 진전시켰고, 아이들에게 이런 도시락을 전했다”는 구체적인 피드백 보고를 받는다. 이 효능감이 일회성 기부를 지속적 참여로 바꾼다. |
Q. 한국이 눈여겨볼 제도적 차이가 있다면.
두 가지다. 과도한 답례품으로 개인 기부를 늘리는 방식을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도 본래 제도 이념과 어긋난 형태로 활용되고 있는 실태가 있다. 기부처 지자체에 대한 관심과 관계가 지원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법인 기부다. 한국은 기부 주체를 개인에서 기업으로 확대하려 하지만, 일본의 법인 고향납세는 지방창생 정책의 하나로 2016년부터 시행된 ‘별도 제도’며, 소관 부처 또한 상이하다.5 지자체의 지방창생 프로젝트에 기업이 기부하면 손금산입과 법인 관련 세금 공제를 합쳐 최대 90%까지 공제되는 구조다. 단, 본사 소재지가 아닌 다른 지자체에 기부해야 한다. 하한액은 10만 엔이지만, 기업이 연고가 약한 지역에 기부금을 내는 데에는 여러 제약이 있다. 그래서 개인 고향납세에 비해 크게 확산되지 않았다.
Q. 18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했겠나.
역시 고향납세를 계기로 기부자와 지자체가 관계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 관점을 제안했을 것 같다. 지금은 많은 경우 기부를 받고 답례품을 보내는 것으로 끝난다. 기부자와 정기적인 접점을 만들어 가면 그 지역의 팬을 키우는 데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NPO와의 협력도 제안했을 것이다. 많은 지방의 지자체는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어 지자체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현장의 세세한 부분까지 대응하기도 어렵다. 바로 그 지점이 NPO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과제마다 전문 NPO가 지자체와 협력하고, 세심한 대응을 NPO가 맡는다면 과제를 조금씩 진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기부자와의 접점 만들기와 NPO와의 협력 사례를 쌓아 기부자의 인식을 바꿔 가는 데 힘을 쏟았으면 한다.
편집을 맺으며
오히시 이사의 이야기는 한국에 분명한 질문을 남긴다. 제도의 크기를 키우는 일과, 그 기부가 ‘진짜 기부’로 뿌리내리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것. 그리고 그 간극을 메우는 열쇠가 지자체와 NPO의 협력에 있다는 것이다. 기존 제도를 확대하기에 앞서 짚어야 할 것도 있다. 기부금이 많이 걷혔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제도라고 판단하기는 섣부르다. 그 재원이 본래 취지에 맞게 잘 쓰였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다. 더욱이 한국은 일본과 달리 이월 금지 조항이 없고, 양국 모두 제도가 단순한 절세와 답례품 쇼핑으로만 비치는 측면이 있어 섣부른 제도의 확대는 주의해야 한다.
※ 인터뷰 답변 외의 해설, 박스 안 글, ‘마치며’는 편집자의 견해와 서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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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총무성 공식 사이트는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많은 사람이 지방의 고향에서 태어나 그 지자체로부터 의료와 교육 등 다양한 주민 서비스를 받으며 자라고, 진학이나 취업을 계기로 생활 터전을 도시로 옮겨 그곳에서 세금을 낸다. 그 결과 도시의 지자체는 세수를 얻지만,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의 지자체에는 세수가 들어오지 않는다.” (https://www.soumu.go.jp/main_sosiki/jichi_zeisei/czaisei/czaisei_seido/furusato/about/index.html)
2. 일본펀드레이징협회 편저(2025), 『기부백서 2025』, 일본펀드레이징협회.
3.총무성 「고향납세 제도의 적정한 운용에 대하여(2026년 9월 25일 총세시 제108호)」 (https://www.soumu.go.jp/main_content/001093390.pdf)
4. 사가현 웹사이트 「고향납세(NPO 등 지원)」 (https://www.pref.saga.lg.jp/kiji00331962/index.html)
5. 내각부 웹사이트 「기업판 고향납세 포털사이트」 (https://www.chisou.go.jp/tiiki/tiikisaisei/kigyou_furusat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