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열정을 다해 준비했으나, 그 결과가 실패라는 한없이 망가진 모습으로 돌아올때, 마음을 다하였음에도 마음을 나누었던 동료를, 후배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을때,우리는 좌절감이라는 늪에 빠진다.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한계를 탓하며, 이미 벌어진 일을 어찌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패배감을 맛본다.
우리가, 내가, 여기까지밖에 안되는 사람이구나. 나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다.
하지만, 좌절이라는 늪에서 쪼그라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바닥까지 가라 앉았을 때, 그 바닥을 점프대 삼아 치고 올라올때, 비로소 우리는 ‘무엇을 더 잘해야겠다’라는 미래를 향한 조심스런 희망을 갖게 된다.
아름다운재단이 비영리컨퍼런스에서 준비했던 또 하나의 이야기, 실패의 변.
5명의 익명의 용자들은 거침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다. 사업에 대한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못했던 이야기, 너무 쉽게 사업을 기획했던 이야기, 부하직원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했던 이야기, 자원의 한계에 부딪혀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되었던 이야기, 명확한 현실에 대한 자기진단이 없었던 이야기, 5인 5색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터져나왔다.
용자들을 위한 상품으로 준비되었던 아이패드를 받기 위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자신의 삶을 뼈아프게 돌아보며 많은 비영리 활동가들앞에서 마음 한편의 죄책감과 좌절감을 털어내려는 이야기들에 많은 사람들이 웃어주고 울어주며 그들의 마음을 공감해주었다.
그리고, 그 공감은 현장의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발표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자신의 실패가 더 큰 이야기라며 흔쾌히 자신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나누어주는 이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한다.
아주 어릴적부터,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구구단보다 더 많이 들은 이야기.
하지만, 실패로부터 배우기 위해서는 뼈아픈 자기 반성과 눈물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실패하는것이 부끄럽지 않은것이라는 사실을, 이 사회에서는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성공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박수치는 이들이 실패를 격려하는 이들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실패의 이야기를 계속 해 보려 한다. 비영리활동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눈물을, 알 수 없는 죄스러움과 고통을 나누기 위한 자리로써.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며, 배운 게 더 많은 일이었다며 서로의 어깨를 도닥여주기 위해 이 이야기를 계속해보려한다. 많은 활동가들이 함께하고, 지켜봐주기를…
” 많은 사람들앞에 이야기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어요. 이제 다음을 생각해봐야죠. 잘될꺼에요. 다시한다면 더 잘해볼 수 있을것 같아요.” – 실패의 변이 끝난 후 한 용자의 이야기.
실패의 변을 통해 실패를 실패가 아닌 또다른 시각으로 조명하려 한 시도 자체가 좋았어요. 반만 가린 우산 컨셉 대박!
자신의 실패를 드러낸다는 건 정말 대단한 용기와 배우려는 자세 없이는 어려울 것 같아요. 사업에서뿐 아니라, 삶에서도 당당히 실패를 직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