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소복히 내린 눈을 보자 아이슬랜드와 그린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코펜하겐의 바이킹 박물관에서 만난 모르는 게 없는 도슨트가 들려준 이야기.

새로운 땅을 찾아 이동하던 바이킹들이 섬을 하나 찾았는데 보니까 사람이 살 만하더란다. 조금 더 올라가니 섬이 하나 더 있는데 이번엔 살 만하지 않더란다. 살 만한 섬에 너무 많은 바이킹들이 몰려들 걸 걱정한 스마트한 누군가가 “얼음과 눈으로 덮혀 있는 아이슬란드”라는 소문을 냈고 또 다른 섬은 “녹지가 가득한 그린랜드”라고 했다고 한다. 그 소문만 믿고 많은 바이킹들이 그린랜드로 향했고 몇 명의 바이킹만 아이슬란드에 정착했다고 한다. 물론 소문을 낸 스마트 바이킹은 아이슬란드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

그린랜드
눈과 얼음의 나라, 이누이트와 이글루의 나라를 떠올리면 스밀라를 빼놓을 수 없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덴마크 작가 페터 회의 대표작으로 추리소설로 분류 되어 있지만 읽다 보면 진짜로?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북유럽 작가 특유의 건조한 문체와 낯선 주제, 이누이트와 이누이트 언어, 그린랜드 그리고 무엇보다 스밀라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밀라가 사랑하는 숫자의 오묘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수학의 기초는 숫자들이죠. 누가 나한테 진짜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숫자들이라고 말 할거예요. 눈과 얼음과 숫자들. 그 이유를 알아요?”
 
 “숫자 체계는 인간의 삶과 같기 때문이죠. 우선 자연수들이 있어요. 양의 정수들이죠. 어린아이의 숫자예요. 하지만 인간의 의식은 확대되죠. 아이는 갈망을 발견하죠. 갈망의 수학적 표현이 무엇인지 알아요?”
 
 “음수예요. 뭔가 잃고 있다는 느낌을 형상화해놓은 거죠. 인간의 의식은 더 확대되고 성장해요. 아이는 중간의 공간들을 발견하죠. 돌 사이, 돌위의 이끼들 사이, 사람들 사이. 그리고 숫자들 사이. 그게 무엇으로 가는지 알아요? 분수로 가요. 정수에 분수를 더하면 유리수가 되죠. 그러나 인간의 의식은 거기서 멈추지 않아요. 이성을 넘어서고 싶어해요. 근을 푸는 것과 같은 터무니 없는 연산을 보태죠. 그래서 무리수가 나와요.”
 
 “그것은 광기의 한 형태예요. 무리수는 무한이니까요. 그것은 다 적을 수 없어요. 그것은 인간의 의식이 한계를 넘어서도록 강요하죠. 그리고 유리수에 무리수를 더함으로써 실수를 얻게 되죠.”
 
 “거기서 멈추지 않아요. 절대 멈추지 않아요. 지금, 이 지리에서 우리는 실수를 확대시켜 허수, 즉 음수의 제곱근까지도 말하게 되니까요. 그것은 우리가 그려볼 수 없는 숫자들이에요. 보통 인간 의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숫자들이죠. 그리고 실수에다가 그 허수를 더했을 때, 우리는 복잡한 숫자의 체계를 완성하게 되죠. 얼음의 결정 형상을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첫 숫자체계예요. 그것은 마치 탁 트인, 광대한 풍경과 같죠. 지평선. 그 곳을 향해 달려가도, 지평선은 뒤로 물러날 뿐이예요. 그것이 그린랜드예요. 나는 그린랜드 없이는 살 수 없어요. 그래서 갇히고 싶지 않은거예요.”  

 

어린아이의 숫자 양의 정수 natural number

갈망의 수학적 표현 음수 negative number

중간의 공간 분수 fraction

정수와 분수의 합 유리수 rational number

이성을 넘어선 광기의 형태 무리수 irrational number

유리수와 무리수의 합 실수 real number

인간의 의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숫자 허수 imaginary number

 

허수란 말은 왠지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허”란 단어가 들어간 우리 말의 대부분이 긍정보다는 부정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반면 영어로는 imaginary number 독일어로는 imaginaere nummer란 말은 본래의 개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의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숫자. 의식의 경계를 허물고 담아낼 수 없는 공간으로까지 확장하는 인간의 사고력, 보이지 않는 상상력의 세계에서 사람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