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2일에 기부문화연구소에서 “기부활성화를 위한 법제 개선안 연구발표회”를 진행했습니다.

2009년부터 기부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연구나 계획기부연구 등 관련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고, 이 연구의 영향으로 법제도 변화도 많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번 발표회에서는 ‘기부’와 관련된 법 중 유일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기부금품모집과사용에관한법률’의 개선점과 계획기부 활성화를 위해 검토되어야 할 ‘공익신탁법’,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기부를 실제로 진행하면서 발견되는 다양한 사례에서의 제도적 장벽개선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중 ‘기부금품모집과사용에관한법률'(이하 ‘기부금품법’)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최근까지도 국세청에 보고된 기부금 중 1%의 규모만이 ‘기부금품법’에 의해 등록관리되고 있는 등 많은 단체들이 경험하지 못한 법이긴 합니다. 그러나, 법을 시행하고 있는 행정안전부에서는 이 법의 관할범위를 넓히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지난 3월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기부금품법’을 지키지 않았을 시 지정기부금단체 자격이 취소되는 등 법적 강제력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니만큼 많은 비영리단체들이 관심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1.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법인가요?

– ‘기부금품법’의 개요

많은 변화를 겪어 왔지만 법의 역사는 다음에 찬찬히 소개하기로 하고, 현재의 ‘기부금품법’을 모금을 하는 비영리단체의 입장에서 본다면 다음의 내용입니다. 

– 회원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1천만원 이상의 금액을
 
모금하고자 할 때,

모집자의 기본사항/ 모집목적, 모집방법, 모금액사용계획/
 
모집비용 예정액 등을 사전에 지자체(10억원 이하)나
 
행안부(10억원 이상)에 등록하는 것입니다.

모집종료 보고 및 향후 모집사용 보고가 뒤따르게 되어 있지요.

 

* 여기에서 단체가 가만히 있는데 찾아오셔서 기부하시는 돈은 단체의 ‘모집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등록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부금품모집과사용에관한법률 전체가 궁금하시다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pdf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시행.pdf

그닥 까다롭지 않은 제도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준용하다보면 의외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이 제보되고 있지요.

2.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건가요? – A단체가 불법모금을 하게 된 사정

– 저소득 아동지원을 주로 하는 A단체는 제법 규모도 크고 인지도도 높습니다. 재난구호가 주요 사업은 아니지만, ‘쓰나미’같은 큰 재해가 나자 사람들이 그나마 알고 있던 A단체에 전화를 걸어 재난지역에 기부금을 보내고 싶다고 물어옵니다. 급박한 시기, 재해전문단체를 일일이 소개해주기 어려워 A단체가 기부금을 받아 일괄 전달하기로 합니다. 전용계좌를 열고 계좌번호를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이틀만에 입금액이 천만원이 넘고 매우 빠른 속도로 모금이 되고 있습니다. 알아보니 유명인이 트위터에서 A단체 계좌번호를 홍보해주었다고 합니다.

– A단체는 부랴부랴 모금등록서류를 꾸며 제출합니다. 그러나 제출된 등록서류가 접수되고 등록이 완료되는데 14일이 소요된다는 답변을 받습니다. ‘어? 그럼 지금 막 기부금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하지요?’ 지자체 담당자가 답변합니다. ‘일단 모금을 중지하셔야지요. 현재 시점에서 천만원 넘은 금액은 기부자에게 돌려주세요’ . 홈페이지에서 계좌번호를 내립니다. 그러자 다시 문의전화가 빗발칩니다. 트위터에서 계좌번호는 돌고 있기 때문에 입금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종로지점에서 오만원 입금하신 입금자명’김아름’님을 어떻게 찾아서 돈을 돌려드릴 수 있을까요… 입금자명’쓰나미 피해자 힘내세요’님은 또 누구신가요? 이미 계좌에 일억 가까운 돈이 모이고 있는 A단체는 현재 불법모금 중입니다.

– 그 외에도, 정기기부자를 ‘회원’으로 볼 수 있는가 여부, 개별 모금캠페인들은 천만원 이하씩 모금되었는데 일년을 합쳤을 때 천만원이 넘을 경우 이 모금캠페인들을 하나의 사업으로 볼 것인가의 여부, 다른 일로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기부를 받게 되었을때 모금요청이라는 모집행위에 의한 것인가 아닌가의 여부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서 이 글을 읽고 있는 어떤 단체도 ‘불법모금’을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불법모금’ 전혀 어렵지 않아요~)

3. 기부선진국으로 가는 대한민국, 과거에 머무는 ‘기부금품법’?

사실, 기부금품법은 1949년 전후 무분별한 모금요청에 의해 일반대중을 보호하고자 만들어진 ‘기부통제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 약 13번의 개정을 거치면서 통제보다는 올바른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기부문화는 2000년 이후 매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높아진 시민의식과 온라인 인프라로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SNS시대의 기부란 누구라도 제안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할 수 있는 매우 역동적인 형태로 가게 되지요. 2000년 이후로는 연중으로 모금을 전문적으로 하는 전문단체들이 생겨났고 여러 단체의 모금을 돕는 온라인 플랫폼(해피빈, 다음 희망해), 심지어 요즘은 팝펀딩, 개미스폰서 같은 크라우드 펀딩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이슈가 관심을 끌면 폭발적인 모금이 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 전혀 관심을 못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모금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요.

그러나, 현재의 ‘기부금품법’은 전통적인 기부금모집행위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정기간 동안 거리에 나가서 모금함을 들이민다거나, 모금을 위한 행사를 연다던가 하는 모금행위 말입니다. 이런 것들은 연초에 계획을 세우니 사전에 시간을 두고 등록도 할 수 있겠지요. 얼마를 모금할꺼고, 비용은 얼마가 들고…. 사실 물품을 판매하는 회사에서도 이 예측을 잘 지키기 어려운데, 사람들의 호의에 기대는 모금에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제대로 지키는 일도 실은 쉽지 않습니다. 현재 ‘기부금품법’에서는 등록한 금액을 넘으면 수정등록을 해야 하고, 등록한 금액만큼 모금하지 못하면 모집비용 한도를 넘게 지출한 금액에 대해 책임을 지기도 어렵습니다.(현재 모금목표액의 15%이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1970년대 이후 비영리법인의 설립과 운영, 관리에 대한 다른 제도들이 정착되면서 대부분의 건강한 비영리단체들은 소관부처에 연계획과 결과를 보고하고 국세청에 재무결과를 공시하게 되었으며 5년마다 지정기부금단체 자격을 별도로 심사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모집행위를 중심으로 등록하고 보고해야 하는 기부금품법의 준수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행정비용이 소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단체 1억원 회계감사를 전체로 받았는데, 이 중 회원이 아닌 사람이 기부한 3천만원만 또 별도로 구분해내서 장부를 쓰고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전 정부부처와 국회에서도 ‘기부문화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느 지자체에서는 일정금액 이상 기부자는 지자체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조례까지 검토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전 사회적으로 기부와 나눔문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성숙한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고, 그 기부금의 사용을 책임성있게 관리하겠다는 ‘기부금품법’은 그 취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법이야말로 변화하는 기부현실에 맞게 가장 빠르게 진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세한 기부금품법 개선안 연구발표내용은 첨부파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행정안전부에서 올해 추진하고자 하는 법개정방향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2 기부문화연구소 법제연구 자료집.pdf

 현재로서는 법조문과 현실의 갭을 소관부처의 운용의 묘에 많이 기대고 있는 편입니다. 비영리단체들도 노력하고, 행안부에서도 최대한 현실을 반영하는 형태로 여지를 주고 있지요. 그러나, 해외의 모금관리법들을 보았을 때도 다소간 법의 개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차에 기부금품모집법의 역사와 맥락, 해외 모금관리법과의 비교, 그리고 진행예정인 개정안에 대한 비영리단체들의 의견 등을 차차 풀어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