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는 2026년 4월, 비영리 종사자 3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내 비영리조직 종사자의 생성형 AI 활용 현황>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현황조사를 담당한 연구원으로서, 개인은 이미 AI를 사용하고 있으나 조직의 준비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비영리조직 안에서도 개인의 인식과 태도, 조직의 조건에 따라 AI 활용 양상이 여러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AI활용 현황 중 가장 오래 고민했으나, 결과공유회에서는 미처 나누지 못한 이슈가 있었다. AI 활용 수준이 높든 낮든, ‘내 일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다’는 일의 의미감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결과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비영리 종사자들이 AI를 자신의 일의 가치를 위협하는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뜻일 수 있다. AI를 쓴다고 해서 일의 사회적 의미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는 비영리 현장에서 AI가 적어도 현재로서는 미션을 훼손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업무를 돕는 비교적 중립적인 도구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AI가 아직 일의 효율을 높이는 데는 닿고 있지만 조직의 미션이나 임팩트를 확장하는 데까지는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글과 질문들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SSIR)에 실린 ‘A Path Through AI Overwhelm’은 사회적 임팩트 조직이 AI 전략을 논의할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으로 ‘AI for what?: AI를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를 제시한다. AI 도입 논의는 흔히 어떤 도구를 쓸 것인가에서 시작되기 쉽지만 그보다 먼저 조직이 해결하려는 문제와 AI 활용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AI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이며, 더 나아가 조직의 미션과 책임을 다시 묻고 생각하게 하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 생산성에서 전환으로 이어지는 스펙트럼으로 설명한다.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커뮤니케이션 초안 작성, 회의 요약, 워크플로 자동화처럼 내부 효율을 높이는 활용이 있다. 이는 이번 국내현황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많은 비영리조직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AI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반면 다른 한쪽 끝에는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기존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자원과 시스템을 연결하는 활용이 있다. 이 경우 AI는 단순한 업무 보조 도구를 넘어 조직의 미션을 확장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SSIR), ‘A Path Through AI Overwhelm’ 원문의 이미지를 챗GPT를 활용하여 재구성한 이미지로 AI 활용의 생산성부터 전환까지의 스펙트럼을 다루고 있다

출처: 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SSIR), ‘A Path Through AI Overwhelm’ 원문의 이미지를 챗GPT를 활용하여 재구성함

 

이 스펙트럼은 모든 조직이 곧바로 ‘전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던가 이것이 선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글에서 강조한다(이번 현황조사 연구에서도 개인의 인식과 태도, 조직의 조건 등에 따라서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으나 이것이 단계적으로 진화하는 형태가 아님을 강조했다).  오히려 각 조직이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어느 정도의 준비와 책임이 필요한지를 점검하게 해준다. 내부 행정 부담을 줄이는 AI와 취약계층에게 직접 정보를 제공하는 AI는 같은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요구되는 책임의 수준이 다르다. 필요한 데이터, 검증 절차, 개인정보 보호 기준, 사람의 개입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영리조직이 AI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질문들에 생각하고 답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질문은 AI를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이다.
AI 활용이 조직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단순히 업무 시간을 줄이는 것인지, 아니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 조직의 미션과의 연결이 분명하지 않으면 AI는 편리한 도구는 될 수 있어도 전략적 자산이 되기는 어렵다.

두 번째 질문은 이것을 잘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이다.
AI 활용에는 개인의 관심과 역량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데이터 관리, 개인정보 보호, 내부 가이드라인, 구성원 교육, 검증 절차, 책임 구조가 함께 필요하다. 이번 조사에서 보안 위험과 역량 격차에 대한 우려가 개인의 AI 활용 수준과 무관하게 나타났다는 점은 특히 중요하다. 이는 AI를 많이 써본다고 해서 보안이나 격차에 대한 우려가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AI 활용의 다음 과제는 개인의 태도 변화만이 아니라 조직의 제도적 준비에 있다.

세 번째 질문은 기대와 우려를 어떻게 함께 다룰 것인가?이다.
조사결과에서 AI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활용 수준과 정적 상관을 보였다. AI가 업무 효율을 높이고, 전문성을 보완하며,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고 느낄수록 실제 활용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전문성 약화와 공익성 충돌에 대한 우려는 활용 수준과 부적 상관을 보였다. 이는 AI가 단순한 기술 수용의 문제가 아니라 비영리 활동의 정체성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비영리조직에서 우려는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그것은 공익성, 책임성, 신뢰에 대한 가치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조직은 AI를 낙관적으로만 이야기해서도, 위험만을 강조해서도 안 된다. SSIR의 글이 말하듯 AI를 둘러싼 과장된 낙관과 극단적 경고 사이에서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붙들고 나아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네 번째 질문은 우리 조직에 맞는 속도는 무엇인가?이다.
영리 기업의 AI 담론은 더 빠른 도입과 더 많은 자동화를 강조한다. 그러나 비영리조직은 다른 조건 속에 있다. 잘못된 정보, 편향된 판단, 부적절한 자동화는 단순한 업무 오류를 넘어 사람과 공동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래서 비영리의 AI 활용은 무조건 빠를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SSIR은 사회적 임팩트 조직이 ‘신뢰의 속도(speed of trust)’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중함은 뒤쳐짐이 아니라 오히려 공익적 책임을 지키기 위한 적합한 선택이자 전략일 수 있다.

AI는 비영리의 목적을 대신할 수 없다. 그러나 비영리조직이 자신의 목적을 더 분명히 묻고, 일하는 방식을 다시 살피며 신뢰와 책임의 기준을 새롭게 세우는 계기는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를 더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비영리답게 사용하는 것이다.

결국 비영리 AI 활용의 다음 단계는 효율을 넘어 미션의 질문으로 나아가는 데 있다. AI가 일을 덜어주는 도구에 머물 것인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나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수단이 될 것인지, 혹은 오히려 과열된 AI 활용을 잠시 멈춰야 하는 것인지는 조직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  

 

[AI와 비영리, 네 가지 얼굴로 마주하는 변화의 파도: 국내 비영리 조직 종사자의 생성형 AI 활용 현황 조사 연구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