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새해 아침에 날벼락 같은 소식
2013년 1월 24일자 중앙일보에 “기부를 많이 하면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로 시작되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기부단체들 누구도 모르고, 심지어는 법안을 심의한 여야의원들조차 몰랐다고 하는 사이 진행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었습니다.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주택자금, 청약저축, 신용카드 사용액 등을 모두 합쳐서 공제한도 2,500만원까지만 인정하겠다는 것인데, 이 항목에 뜬금없이 ‘지정기부금’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정부 전 부처에서 ‘기부문화활성화’와 관련된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법개정이나 관련 행사들을 경쟁적으로 해왔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개악이 진행되다니 정말 기부문화를 활성화 하려는 정부 맞는지 의심하는 마음까지 생겨납니다.
대체 누구를 위한 세법 개정인가요?
지정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비율은 2007년부터 계속 상승해 왔습니다. 2008년 15%, 2010년 20%로 늘어나다가 2012년엔 30%까지 늘어난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연소득 3500만원인 사람이 1000만원을 기부하게 되면 과세대상에서 1000만원을 빼고 나머지 2500만원에 대해서만 과세되는 것입니다. 이는 손금산입의 방식으로 대다수의 나라들이 이러한 방식의 세제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데 보통 20-50%선의 소득공제 한도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이 10%였을때, 개인기부에 대한 세제혜택이 약하다는 평가들이 있었고, 기부금을 받는 단체들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소득공제 한도를 늘려오고 있는 중입니다.
개정안을 제출한 기획재정부에서는 ‘일반인에게는 피해가 없고, 고소득자의 세금부담을 높이는 방향’이라고 설명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세금부담의 문제가 아니라 기부를 얼마나 장려할 것인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고소득자의 기부를 장려하지 않는 방향’으로의 개정이라고 해석되어야 합니다. 고소득자의 기부를 장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기부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회 위기계층에 대한 불이익으로 이어집니다.
한국은 민간기부문화가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된 후발주자이지만 시민들의 기부참여가 눈부시게 성장하여 기빙코리아 2012에 따르면 기부참여율 57%에 평균기부금 218,000원으로 거의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유산기부나 고액기부가 활성화되지 않아 GDP대비 기부금이 낮게 나타나는 상황입니다. 행안부 자료를 보면 한국의 기부규모가 GDP대비 0.9%여서 2.2%인 미국의 절반 수준이라고 하는데, 미국은 개인기부 비율이 75%로 한국의 65%보다 높고, 상위 10%가 전체 기부액의 50%를 차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3년 동안 유산의 사회환원과 다양한 자산의 기부활성화를 위한 ‘계획기부 연구’와 관련 법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바뀐 제도에 따르면 고소득자의 기부, 또 중간 소득자부터 누구라도 고액기부를 할 때는 거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으니 기부문화성장의 발목을 아주 제대로 잡게 생겼습니다.
골프면세는 연장, 기부금 혜택은 폐지?
사실 확인을 위해 2013년 1월 1일 새벽 6시30분에 모두들 졸린 눈을 비비며 대충 통과시켰을 개정법안을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대부분 2012년 12월까지 조세특례 기간을 제한해 두었던 것을 2015년까지 연장해주는 내용입니다. 향교 및 종교단체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과세특례 범위를 2005년 1월 이전 등기자산에서 전체 자산으로 확대해주고, 제주소재 골프장과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골프장에 대해서 개별소비세를 감면해주는 기간도 2015년으로 늘어났습니다. 세수확보가 필요하다면, “외교관용 등 자동차 연료에 대한 개별소비세 등의 환급특례”를 신설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요?
누구에게서 세금을 걷고, 누구에게 혜택을 주어야 할지가 완전히 뒤죽박죽인 이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단지 바빠서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는 변명만으로는 이해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부 관계자들도 당황하고 있는 반기부제도인 조세특례제한법이 하루 빨리 정상화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프레시안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