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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9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다목적홀 ‘모이다’에서 <AI와 비영리, 네 가지 얼굴로 마주하는 변화의 파도>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국내 비영리조직 종사자의 생성형 AI 활용 현황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영리 현장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질문과 고민이 생겨나고 있는지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이날 나눈 발표와 이야기를 각각의 포스팅으로 상세히 공유합니다. 국내비영리조직 AI 활용 현황조사결과. 네가지 얼굴로 마주하는 변화의 파도 |
두 번째 사례 발표는 월드비전 디지털혁신팀 김준호 과장 ‘전략형’ – 조직 기반이 탄탄하고 개인 활용 수준도 높으며, 기대가 우려보다 높은 유형의 사례로 리더십의 이니셔티브에서 출발해 문제를 정의하고 작은 실험을 거쳐 조직 전체의 AI 챗봇 ‘할로(Halo)’를 구축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활동가 개인의 실험이 주를 이루는 국내 비영리 섹터에서 아직은 찾아보기 드문 유형인 만큼, 청중의 질문이 가장 많이 쏟아진 발표이기도 했습니다.
리더십의 이니셔티브가 조직의 실험으로
할로(Halo)의 시작은 2025년 월드비전의 신년 자리였습니다. 회장의 AI에 대한 관심이 실질적인 동력이 됐고, 팀은 먼저 문제를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왜 꼭 사람을 찾아가서 물어봐야 하나.’ 영리 조직과 달리 비영리 조직은 원칙과 규정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하다 보니, 사소한 문의도 인사팀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 직원에게 개별 AI 구독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연간 2억 5천만 원이라는 비용이 나왔습니다. 결국 API 방식으로 자체 챗봇을 만들고 뒷단에 외부 LLM을 연결해 사용한 만큼 비용을 내는 구조를 선택했습니다.
작은 실험들이 쌓여
할로(Halo) 이전에 여러 실험이 선행됐습니다. 국내 아동 서신 작성 자동화는 복지사가 손으로 쓰던 편지 초안을 AI가 작성하고 복지사가 검토·발송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업무 시간이 75% 단축됐고 만족도도 높아졌습니다. 해외 서신 번역 자동화는 이미지 형태로 오는 해외 아동의 편지를 텍스트화한 뒤 번역하는 방식으로, 2026년 1분기 기준 전체의 70%는 2차 검토 없이도 바로 활용 가능한 수준이 됐습니다.
할로(Halo) 개발을 위한 데이터 구축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룹웨어의 문서를 전부 학습시켰더니 오히려 할로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자료가 너무 많으면 AI도 헷갈린다는 것을 깨닫고, 팀별 피드백을 받아 꼭 필요한 문서만 추려 다시 학습시켰습니다. 오픈 당시에는 1층에 키오스크를 설치해 전 직원이 직접 로그인해보도록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4개월 뒤의 솔직한 고백
그러나 이날 발표의 핵심은 성공담이 아니었습니다. “500명 직원 중 일평균 사용자는 70명 수준입니다.” 목표로 했던 70% 사용률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외부 AI 도구들이 너무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자체 서비스가 따라가기 어렵고, 간헐적인 부정확한 답변과 속도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변화는 분명했습니다. 피플팀은 하루 업무의 절반을 직원 응대에 쓰던 상황에서 크게 벗어났습니다. 시스템을 ‘모시던’ 팀이 이제는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쓸 만큼 디지털 역량도 높아졌습니다. 김준호 과장은 현재의 돌파구도 솔직하게 공유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활용해 AI 비서를 직접 키우고 있습니다. 주요 인사들의 SNS 글을 수집해 요약한 것을 받고, 오늘 할 일과 이번 주 우선순위를 매일 점검하는 식입니다. ‘이 비서들을 조직원 각자가 키워서 할로 안에서 서로 주고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어떨까’라는 구상까지 이어졌습니다.
멈추지 않는 이유
“완벽한 도구를 찾지 말고 계속 조직 안에 심고 개선하고 뿌리내리다 보면, 경험이 쌓이고 변화가 일어납니다. 여기서 멈추면 다시 피플팀이 하루의 절반을 직원 응대에만 써야 하는 상황으로 돌아갑니다.” 리더십의 관심에서 시작해, 문제를 정의하고, 작은 실험으로 성공을 맛보고, 할로를 만들고, 뿌듯함을 느꼈다가, 다시 벽을 만난 지금. 김준호 과장은 그 모든 과정이 값진 경험이라고 했습니다. “반응이 없더라도 거기서 멈추지 말고 딱 한 발자국만 더 나가보면, 그게 진짜 AI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비영리와 AI, 네 가지 얼굴로 마주한 변화의 파도 참석자 Q&A🙋🏻AI를 활용할수록 업무의 질은 높아지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이 AI의 언어를 교정하고 기술을 뒤쫓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AI를 똑똑하게 부리는 것이 아니라 AI에 맞춰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최적의 균형점을 찾으려면 어떤 관점의 변화가 필요할까요
: 공감합니다. 다만 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업을 하면 그 사업의 본질이 있는데, 실제로는 본질보다 주변의 부가적인 업무에 함몰될 때가 많습니다. 보고서 작성, 데이터 정리, 반복적인 문의 응대 같은 것들이요. 저는 이런 부가적인 업무를 AI에게 맡기고, 사람은 진짜 본질에 더 집중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AI에 맞춰 일한다는 느낌이 드신다면, 혹시 AI가 잘 못하는 본질적인 영역에까지 AI를 억지로 활용하려 하고 계신 건 아닌지 돌아보시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AI는 부가 업무에 맡기고, 본질에는 사람이 집중하는 것이 균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계신 조직에서 개인 간의 AI 활용 격차는 어떤 편인가요? 개개인이 어디서 어떤 경로/계기로 AI 활용을 배우고 적용하게 되는 지 궁금합니다.
: 저는 이렇게 봅니다. 이제 AI를 안 쓰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활용 수준에 차이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일반적인 LLM과 대화하며 업무하는 단계.
두 번째, 특화된 다양한 도구(SaaS)의 특징을 알고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단계.
세 번째, 자동화를 설계하여 에이전틱(Agentic)하게 AI를 사용하는 단계.
조직 내에서는 첫 번째와 두 번째로 나뉘고, 세 번째는 아직 극히 드뭅니다. 다만 밖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1·2번 단계에 머무는 사람과 세 번째로 나아간 사람으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할로는 첫 번째 단계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만든 도구입니다. 학습 경로는 유튜브에 좋은 자료가 많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그렇게 시작합니다.
🙋🏻자체로 구축한 AI를 제외하고 조직 차원에서 제공하는 툴이나 가이드가 있나요? 혹은 못쓰게 하는 툴이 있을까요? 보안 관점에서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합니다!
: 할로를 통해 클로드, 챗GPT, 제미나이 등 최신 LLM을 API 형태로 제공하고 있으며, 가급적 할로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할로에는 가드레일이 적용되어 부적절한 응답을 제어하고, 내부 데이터가 외부 모델의 학습 데이터로 사용되지 않도록 API 방식으로 연동하고 있습니다. 이사회 차원에서 AI 활용 지침을 마련하여 의결을 앞두고 있으며, 보안 우려가 있는 특정 툴(딥시크 등)은 제한하고, 무료 버전이나 학습 동의를 제한하지 않는 서비스 사용은 지양하되, 그 외에는 가이드 안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할로(HALO) 제작 비용/기간/인력/외부 의뢰 여부가 궁금합니다.
: 할로는 약 6개월에 걸쳐 구축되었으며, AWS와 협업하여 진행했습니다. 내부 디지털혁신팀에서 2명, 외부에서 PM 포함 2~3명이 참여했습니다. 핵심 기획과 데이터 설계는 내부에서, 인프라와 기술 구축은 AWS 지원을 받았습니다. 기존 프레임워크를 활용했기 때문에 대규모 인력 없이도 구축이 가능했습니다. 상세 비용은 공개가 어려우나, 조직 내 의사결정을 통해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내부 디지털혁신팀의 경우, 기획·구축·운영을 주도하고 있으며, 사실상 담당자 1명이 전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AI 기획과 개발을 분리하여 기획 전담 인력이나 부서가 별도로 있으면 더 좋으나, 현실적으로 비영리 조직에서 그런 여유를 갖기는 쉽지 않습니다.
🙋🏻할로(HALO)에 직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 인사제도(휴가, 복리후생, 인사규정)와 사업 운영 관련 문의가 가장 많습니다. 이전에는 담당자를 찾아가 물어봐야 했던 것들을 할로가가 대신 답변하고 있습니다.
🙋🏻각종 규정,매뉴얼 등을 할로(HALO)에게 묻고 답변 받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자료의 업데이트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별도의 관리 노하우가 있을까요? 업데이트 되지 않은 자료라면 학습된 내용을 잘 응답해도 결국 담당자에게 재확인하게 되는 일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 솔직히 이 부분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현재는 각 담당 부서에서 제도 변경 시 문서를 업데이트해주는 구조이지만, 누락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업데이트 되지 않은 정보로 답변해서 담당자에게 재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답변에 출처 문서와 최종 수정일을 표시하여 사용자가 최신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문서 점검 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할로(HALO)를 CRM프로그램에 연동한 사례도 말씀주셨는데, 그럼 기존에 원하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CRM에서 Raw데이터를 뽑아 해석을 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HALO에 질문을 통해 빠르게 데이터를 얻을 수도 있었던 걸까요? ex)작년 한해동안 정기후원 신청한 후원자의 성별,연령분포
: 네, 가능합니다. 할로는 세일즈포스(Salesforce)와 연동되어 있어 채팅으로 후원자, 약정, 캠페인 등의 데이터를 바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로데이터를 뽑아 분석하던 과정을 자연어 대화로 간소화한 것입니다. 다만 복잡한 통계 분석이나 대규모 데이터 가공은 여전히 기존 방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할로(HALO)는 어떤 LLM을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WS와 협업하신 것 같은데 Bedrock에 있는 모델을 사용하고 계신 건가요?
: AWS 베드록(Bedrock)을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클로드를 주력 모델로 사용합니다. 최근 오퍼스4.6, 제미나이3.1 등 다양한 모델도 추가하여 사용자가 목적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주요한LLM을 연동했는데도 개별로 구독하게 한건 왜 그런걸까요? 비용문제였나요?, HALO를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후원자나 관심자용으로도 추가개발할 예정도 있나요?
: 개인적으로 AI를 특정 도구로 제한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이 다양한 만큼 AI도 다양하고, 각자에게 맞는 도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할로로 모든 사람을 만족 시킬 수는 없고, 비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특정 도구로 제한하면 조직의 불만이 쌓이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봅니다. 할로는 AI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도구이지, 다른 도구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구독 비용은 조직 차원이 아닌 팀 단위로 별도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부용과 외부용(후원자 등)은 다루는 데이터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현재 카카오톡에서 월드비전을 안내하는 AI 챗봇이 활동 중이며, 이 부분의 고도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처음 데이터학습은 너무 많아서 답변의 질이 떨어졌다고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정보를 제공하는 팀에게 어떤 피드백을 주어서 정보를 줄이도록 안내했는지, 그리고 그 뒤의 유의미한 데이터량은 얼마만큼의 양인지 궁금합니다.
: 핵심은 데이터량이 아니라 중복 제거입니다. 예를 들어 재무 관련 가이드가 재무팀 문서에도, 신입사원용 인사 문서에도 있다면 AI는 어느 것이 더 정확한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원 관리 부서의 최신 문서만 남기고 중복을 걸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또한 기존 관리 폴더를 통째로 넣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AI가 알아야 할 정보만 선별해서 넣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내 데이터 규모로는 데이터량 자체가 품질을 떨어뜨리지는 않으며, 중복과 부정확한 데이터를 다듬는 것이 답변 품질의 핵심이었습니다.
🙋🏻기존 AI 도구를 사용할 경우, 내부 정보가 학습데이터로 사용되는 것에 대한 위험성입니다. 비즈니스(엔터프라이즈) 버전도 완전히 안심할 수 없을 거 같아서요. 할로(HALO)는 월드비전만의 데이터를 내부 정보 관리에 사용할 경우, 후원자 등 정보 노출의 위험을 전혀 없는 것일까요?
: 할로는 LLM을 API 방식으로 호출하기 때문에 내부 데이터가 외부 모델의 학습 데이터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AWS 인프라 내에서 데이터가 처리되며,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도 별도로 관리하고 있고, 가드레일을 적용하여 민감 정보 관련 응답을 제어하고 있습니다. 100% 안전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이 구조를 신뢰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이마저도 신뢰하기 어려우시다면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자체 구축을 고려하셔야 합니다.
🙋🏻초기에는 사내 별도의 UI 가진 일종의 AI포털을 구축하는 트렌드였는데, 최근에는 그것보다는 챗GPT나 클로드 채팅창에서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향후 HALO도 범용 AI 환경에서 쓰도록 하는 방식을 지원하실 계획도 있으실까요?
: 좋은 질문입니다. 발표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2년 뒤에는 앱 하나만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살아남는 건 AI가 혼자서는 접근할 수 없는 데이터를 가진 곳입니다. 현재 할로는 에이전틱하게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에이전틱한 도구(예: Claude Code 등)를 활용하여 MCP(Model Context Protocol) 형태로 할로의 데이터를 연동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범용 AI 환경에서 HALO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궁극적인 방향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보안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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