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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9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다목적홀 ‘모이다’에서 <AI와 비영리, 네 가지 얼굴로 마주하는 변화의 파도>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국내 비영리조직 종사자의 생성형 AI 활용 현황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영리 현장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질문과 고민이 생겨나고 있는지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이날 나눈 발표와 이야기를 각각의 포스팅으로 상세히 공유합니다. 국내비영리조직 AI 활용 현황조사결과. 네가지 얼굴로 마주하는 변화의 파도 |
네 번째 사례 발표자는 사회혁신 투자·컨설팅 기관 엠와이소셜컴퍼니(MYSC)의 김정태 대표였습니다. ‘전망형’ – 기대가 우려보다 높지만 실제 활용은 아직 제한적이고, 조직과 섹터 차원의 방향성과 체계적 접근이 필요한 유형의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다만 딱 들어맞는 유형이라기보다 ‘전망형’처럼 체계적 접근을 위해서 조직 차원에서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사례였습니다. 영리 법인이지만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투자와 컨설팅을 하는 조직인 만큼, 이날 행사의 주제와 가장 맞닿아 있는 실험을 가져온 발표이기도 했습니다.
임팩트 투자에서 시작된 고민
엠와이소셜컴퍼니(MYSC)는 15년간 25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해왔습니다. 그 경험에서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딱 보면 멋있고 지금 당장 잘 될 것 같은 팀이 시간이 지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될까 싶었던 팀이 규제 변화나 새로운 시장 반응 속에서 빛을 발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지금 최적화된 팀이 엔트로피의 법칙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역설이었습니다.
임팩트 투자는 정량화되지 않는 사회적 가치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어렵습니다. 이러한 판단의 어려움 앞에 김정태 대표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인간도 보기 어려운 임팩트를, AI의 도움을 받으면 조금 편해질까.”
AI심사역 ‘메리’의 입사, 일치율 37%가 의미하는 것
그렇게 AI 심사역 ‘메리’가 엠와이소셜컴퍼니에 입사했습니다. 15년간 쌓아온 투자 데이터와 조직의 철학, 판단 기준을 학습한 메리는 입사 후 불과 몇 달 만에 10년 이상 경력자에 버금가는 수준의 투자 심사 보고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1월까지 접수된 420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인간 심사위원과 메리의 판단을 나란히 비교한 것입니다.
엠와이소셜컴퍼니의 데이터로 학습했으니 결과가 비슷할 것이라는 게 처음의 가설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치율은 37%. 인간이 뽑은 상위 팀과 메리가 추천한 목록이 거의 겹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실망했으나 생각을 바꾸자 다른 해석이 나왔습니다. “AI가 저와 똑같은 판단을 내린다면, 제 자리는 어떻게 될까요?” AI가 동의하지 않을 때야말로 인간과 AI의 역할이 구분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은 좋다고 했는데 AI는 별로라고 한 팀, 반대로 AI는 높게 평가했는데 인간은 낮게 본 팀, 바로 이 불일치 영역에 가장 큰 인사이트가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었습니다.
형평성은 설계하는 사람의 몫
발표에서 소개한 해외 연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이크로파이낸스 대출 심사를 AI에게 맡겼더니 재무적 수익은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여성, 저소득층, 저학력층 대출자의 비중은 줄어들었습니다. AI가 사회의 평균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다 보니 소외 계층에 불리하게 작동한 것입니다. 수익과 형평성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할지는 결국 인간이 설계해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비영리 섹터에서 AI를 도입할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 여기 있었습니다. AI를 통해 무엇을 보고 싶은가. 그 답을 먼저 가진 사람이 AI를 제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간과 AI의 협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협업의 결과는 1+1이 2보다 못한 경우가 많은데, 그 제약 요인은 AI가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핵심 단위로 쪼개고, 각각에 대해 AI와 인간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협업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내가 맡은 업무를 핵심 영역으로 구분해낼 수 없으면 AI는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AI는 조직의 문화를 닮아간다
발표 말미, 김정태 대표가 남긴 말이 비영리섹터가 함께 가져갈 질문이 됐습니다. “AI는 결국 나의 철학과 우리 조직의 문화를 닮아갑니다. 처음에는 세상의 평균을 닮아가지만, 계속 쓰다 보면 나의 모습과 우리 조직의 모습이 투영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AI를 생각하기 전에 내가 어떤 가치를 가질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비영리와 AI, 네 가지 얼굴로 마주한 변화의 파도 참석자 Q&A🙋🏻AI를 활용할수록 업무의 질은 높아지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이 AI의 언어를 교정하고 기술을 뒤쫓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AI를 똑똑하게 부리는 것이 아니라 AI에 맞춰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최적의 균형점을 찾으려면 어떤 관점의 변화가 필요할까요? 🙋🏻 사내에서 AI 심사역 메리 도입에 대해 구성원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요? 그리고 한가지 더, 논문들을 보면서 흥미로운 경향을 발견하고 있는데, AI는 주니어와 초급 전문가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오고 있습니다. AI의 가장 큰 ROI는 주니어들이 5년, 10년 이상의 시니어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하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인 지점도 있습니다. 리더가 리서치를 주니어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AI를 써버리면, 리더는 성장하는데 주니어가 성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주니어가 필요 없다’는 생각에 달콤하게 빠지면, 3~5년 후 조직의 지식과 경험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채 노화될 수 있습니다. AI의 가장 큰 수혜자는 주니어입니다. 주니어를 빠르게 성장시키고, 그 주니어와 시니어가 함께 협업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가 권하는 방향입니다. 🙋🏻 주니어가 시간이 갈수록 AI로부터 더 큰 효과를 얻는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AI 활용의 목적을 효율성 극대화에 두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레벨 2·3처럼 인간이 개입하는 방식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 건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메리(Merry)를 생성하실 때, 특별히 어떤 부분을 신경쓰셔서 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