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9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다목적홀 ‘모이다’에서 <AI와 비영리, 네 가지 얼굴로 마주하는 변화의 파도>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국내 비영리조직 종사자의 생성형 AI 활용 현황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영리 현장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질문과 고민이 생겨나고 있는지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이날 나눈 발표와 이야기를 각각의 포스팅으로 상세히 공유합니다. 

국내비영리조직 AI 활용 현황조사결과. 네가지 얼굴로 마주하는 변화의 파도 
사례 1. 개인의 실험에서 시작된 변화 : 아름다운재단 캠페인 페이지 제작 및 사내 학습동아리 사례 – 실험형
사례 2. 전략과 기술의 통합 : 월드비전 AI 플랫폼 ‘할로(HALO)’ 사례 – 전략형
사례 3. 기술의 시대, 다시 사람과 현장을 묻다 : 참여연대 AI 가이드 제작 및 내부논의 사례 – 신중형 
사례 4.  AI와 인간의 판단은 같을까 :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심사역 ‘메리(Merry)’ 도입 사례 – 전망형 

네 번째 사례 발표자는 사회혁신 투자·컨설팅 기관 엠와이소셜컴퍼니(MYSC)의 김정태 대표였습니다. ‘전망형’ – 기대가 우려보다 높지만 실제 활용은 아직 제한적이고, 조직과 섹터 차원의 방향성과 체계적 접근이 필요한 유형의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다만 딱 들어맞는 유형이라기보다 ‘전망형’처럼 체계적 접근을 위해서 조직 차원에서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사례였습니다. 영리 법인이지만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투자와 컨설팅을 하는 조직인 만큼, 이날 행사의 주제와 가장 맞닿아 있는 실험을 가져온 발표이기도 했습니다.

임팩트 투자에서 시작된 고민 

엠와이소셜컴퍼니(MYSC)는 15년간 25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해왔습니다. 그 경험에서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딱 보면 멋있고 지금 당장 잘 될 것 같은 팀이 시간이 지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될까 싶었던 팀이 규제 변화나 새로운 시장 반응 속에서 빛을 발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지금 최적화된 팀이 엔트로피의 법칙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역설이었습니다.

임팩트 투자는 정량화되지 않는 사회적 가치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어렵습니다.  이러한 판단의 어려움 앞에 김정태 대표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인간도 보기 어려운 임팩트를, AI의 도움을 받으면 조금 편해질까.”

AI심사역 ‘메리’의 입사, 일치율 37%가 의미하는 것  

그렇게 AI 심사역 ‘메리’가 엠와이소셜컴퍼니에 입사했습니다.  15년간 쌓아온 투자 데이터와 조직의 철학, 판단 기준을 학습한 메리는 입사 후 불과 몇 달 만에 10년 이상 경력자에 버금가는 수준의 투자 심사 보고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1월까지 접수된 420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인간 심사위원과 메리의 판단을 나란히 비교한 것입니다.

엠와이소셜컴퍼니의 데이터로 학습했으니 결과가 비슷할 것이라는 게 처음의 가설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치율은 37%. 인간이 뽑은 상위 팀과 메리가 추천한 목록이 거의 겹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실망했으나 생각을 바꾸자 다른 해석이 나왔습니다. “AI가 저와 똑같은 판단을 내린다면, 제 자리는 어떻게 될까요?” AI가 동의하지 않을 때야말로 인간과 AI의 역할이 구분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은 좋다고 했는데 AI는 별로라고 한 팀, 반대로 AI는 높게 평가했는데 인간은 낮게 본 팀,  바로 이 불일치 영역에 가장 큰 인사이트가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었습니다. 

형평성은 설계하는 사람의 몫

발표에서 소개한 해외 연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이크로파이낸스 대출 심사를 AI에게 맡겼더니 재무적 수익은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여성, 저소득층, 저학력층 대출자의 비중은 줄어들었습니다. AI가 사회의 평균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다 보니 소외 계층에 불리하게 작동한 것입니다. 수익과 형평성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할지는 결국 인간이 설계해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비영리 섹터에서 AI를 도입할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 여기 있었습니다. AI를 통해 무엇을 보고 싶은가. 그 답을 먼저 가진 사람이 AI를 제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간과 AI의 협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협업의 결과는 1+1이 2보다 못한 경우가 많은데, 그 제약 요인은 AI가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핵심 단위로 쪼개고, 각각에 대해 AI와 인간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협업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내가 맡은 업무를 핵심 영역으로 구분해낼 수 없으면 AI는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AI는 조직의 문화를 닮아간다

발표 말미, 김정태 대표가 남긴 말이 비영리섹터가 함께 가져갈 질문이 됐습니다. “AI는 결국 나의 철학과 우리 조직의 문화를 닮아갑니다. 처음에는 세상의 평균을 닮아가지만, 계속 쓰다 보면 나의 모습과 우리 조직의 모습이 투영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AI를 생각하기 전에 내가 어떤 가치를 가질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비영리와 AI, 네 가지 얼굴로 마주한 변화의 파도 참석자 Q&A

🙋🏻AI를 활용할수록 업무의 질은 높아지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이 AI의 언어를 교정하고 기술을 뒤쫓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AI를 똑똑하게 부리는 것이 아니라 AI에 맞춰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최적의 균형점을 찾으려면 어떤 관점의 변화가 필요할까요?
: 조직의 구성원들이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는지에 대한 ‘인재상’이 있다면 이 부분에 도움이 됩니다. 엠와이소셜컴퍼니(MYSC)의 경우는 모든 구성원들이 기본적으로 ‘사내기업가’가 되기를 기대하고, 더 나아가 ‘리더’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업의 본질이자, 뛰어난 개개인을 통해 조직의 성장도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이런 면에서 AI는 개개인이 더 나은 가설을 효과적으로 세우고 검토하고 이를 실행하며 가설 검증을 돕는 멋지 도구이기도 하고, 다양한 데이터와 이야기 속에서도 패턴과 인사이트를 추출할 줄 하는 리더로 성장하도록 돕는 전략이 됩니다. AI를 활용해서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이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더 강력하게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조직 내에서 꾸진히 나눠보시길 추천합니다.

🙋🏻 사내에서 AI 심사역 메리 도입에 대해 구성원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요?
: 엠와이소셜컴퍼니는 투자 외에도 컨설팅, 액셀러레이팅, 로컬 사업 등 다양한 영역을 하고 있는데, 투자 심사 영역에 가장 먼저 도입한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투자 심사는 노하우를 잘 공유하지 않는 영역이거든요. 저의 가설은, 투자를 담당하는 분들이 AI에 친화적으로 바뀌면 다른 영역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논문들을 보면서 흥미로운 경향을 발견하고 있는데, AI는 주니어와 초급 전문가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오고 있습니다. AI의 가장 큰 ROI는 주니어들이 5년, 10년 이상의 시니어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하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인 지점도 있습니다. 리더가 리서치를 주니어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AI를 써버리면, 리더는 성장하는데 주니어가 성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주니어가 필요 없다’는 생각에 달콤하게 빠지면, 3~5년 후 조직의 지식과 경험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채 노화될 수 있습니다. AI의 가장 큰 수혜자는 주니어입니다. 주니어를 빠르게 성장시키고, 그 주니어와 시니어가 함께 협업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가 권하는 방향입니다.

🙋🏻 주니어가 시간이 갈수록 AI로부터 더 큰 효과를 얻는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AI 활용의 목적을 효율성 극대화에 두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레벨 2·3처럼 인간이 개입하는 방식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 건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알파고 이후 바둑계를 생각해보면 힌트가 있습니다. AI가 최적의 수를 설명해주기 시작하면서 고수들만 알던 판단의 근거가 모두에게 공개됐고, 1단부터 6단까지 모든 기사들이 그 어느 때보다 바둑을 재미있어하게 됐습니다. 반면 9단들은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빠르게 은퇴했습니다. 주니어에게 AI는 기회입니다. 시니어의 노하우와 판단 근거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경로가 생긴 것이니까요. 그런데 긍정적인 신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정책’ 입니다. 기술은 요청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학습하고 쓰게 됩니다. 문제는 그렇게 아낀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지 조직이 먼저 합의해두지 않으면, 주니어들은 할 일이 없어진 자리를 ‘가짜 노동’으로 채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AI를 쓰고도 안 쓴 것처럼 행동하게 되고, 조직 전체가 겉돌게 됩니다. 저희 조직의 경우, 자동화할 수 있는 것은 자동화하고 증강할 수 있는 것은 증강해서  그 시간을 창업자와 더 많이 만나는 데 쓰자고 합의했습니다. AI 도입의 목적과 방향을 먼저 합의하지 않으면, 리더도 구성원도 길을 잃게 됩니다.

🙋🏻메리(Merry)를 생성하실 때, 특별히 어떤 부분을 신경쓰셔서 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처음 단계는 완벽하지 않고, 일단 우리에게 인공지능이 도움이 과연 될까라는 것을 체험/경험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우리는 상호작용을 통해 어떤 목표와 가설에 대한 가능성, 그리고 이후에 더 진도를 나아갈건지를 결정하게 되는데요, 메리(Merry)를 생성할 때도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정리하고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불완전하고 불명확해도 해보자라는 것이 시작의 기조였고, 그 관점 때문에 더 나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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