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제26회 기부문화심포지엄 〈기빙코리아 2026 우리가 말하는 성과, 기부자가 바라는 변화가 열렸습니다. 올해 심포지엄은 비영리조직이 만들어내는 성과를 기부자와 현장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고, 우리가 무엇을 성과로 인식하고 설명해왔는지를 함께 질문하는 자리였습니다.

기부자는 무엇을 성과로 읽고 있을까

1부에서는 먼저 국내 기부 규모와 최근 기부 흐름을 살펴보고,〈2025 개인기부조사: 기부자의 성과 인식과 자원 배분〉과 〈성과를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활동〉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개인기부조사에서는 기부자가 비영리조직의 성과를 반드시 숫자와 규모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활동의 과정과 대상자의 변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 사회의 인식 변화 역시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어진 ‘보이지 않는 활동’ 연구에서는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보이지 않는 활동에 주목했습니다. 실제 사업이 수행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고, 새로운 의제와 대중을 연결하는 일, 반복적인 만남을 통해 신뢰를 쌓고 관계자본을 축적하는 것은 기존 성과보고 체계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실제 변화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현장과 기부자는 어떤 성과를 이야기하고 있나?

2부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성과를 바라보고 설명하는 다양한 시도를 살펴봤습니다. 아름다운재단 공익사업팀은 지원사업의 성과를 다시 정의하고 측정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나누었습니다. 성과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은 평가를 위한 지표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를 들어 ‘연결성’을 중요한 성과로 설정한 뒤에는 참여자들이 실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사업 과정과 프로그램을 보다 세심하게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임팩트얼라이언스의 사례에서는 관계 자체를 어떻게 성과로 읽을 수 있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정보를 연결하고, 필요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은 하나하나만 보면 작은 활동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만남과 기록이 오랜 시간 축적되면 관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협력과 공동의 프로젝트, 더 나아가 정책과 생태계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부자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질문이 제기됐습니다. 기부자가 원하는 성과를 먼저 묻기보다, 조직이 이루고자 하는 변화와 그 과정에 대해 먼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공한 결과뿐 아니라 기대대로 되지 않았던 일과 그 이유, 거기에서 무엇을 배우고 다음에는 어떻게 해볼 것인지까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조직에 대한 신뢰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과를 둘러싼 질문과 답변

발표 후에는 현장의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다음 내용은 현장의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Q. 왜 연령이 낮을 수록 간접활동에 대한 비용에 호의적인가요? 이러한 결과를 보았을 때 앞으로 어떤 변화를 예상할 수 있을까요?

김혜정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부소장

데이터를 살펴보았을 때 특히 20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모든 항목에서 간접활동에 대한 수용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부분은 데이터를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이들이 기부하는 영역과 기부 동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직접서비스 활동을 하는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 기부하고 있다면 간접활동의 필요성을 더 많이 인식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 간접비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른바 성숙한 기부자의 그룹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셋째, 20대가 자신의 삶을 비영리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상황에 투사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인건비나 행정 등과 같은 문제를 비영리조직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다만 이는 현재 생각해볼 수 있는 가능성들이며, 간접활동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20대가 과연 누구인지 앞으로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간접비의 당위성을 높이고 기부자를 설득하기 위해 사업 추진 과정 등을 콘텐츠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할까요?

김혜정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부소장

그러한 노력은 필요하고 충분히 의미 있는 활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표 결과를 보면 기부자와 비영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성과가 사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어떻게 보여주고 설득할 것인가입니다.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간접활동에 대한 내용을 사업 안에서 전략적으로, 재미있게 포함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싫어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이러한 내용을 녹여낼 필요가 있습니다.

Q. ‘보이지 않는 활동이 실제 성과에 기여했다’는 것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요? 또 성과관리 체계가 복잡해질수록 현장 실무자의 행정부담이 커질 수 있는데 어떻게 균형 있게 설계할 수 있을까요?

이영주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연구원

이 연구를 시작했을 때 “그래서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우리가 성과를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관계를 중요한 성과라고 한다면 그에 맞게 성과 측정의 방향이 결정되어야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관계와 만남을 이야기했지만, 그 외에도 제가 찾지 못한 보이지 않는 활동들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활동들이 성과에 기여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조직이 그 성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행정업무를 더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부자와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성과가 각각 있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라는 딜레마가 생기고, 이것이 행정업무나 고민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어떤 성과를 정의하고 측정할지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공익지원사업의 성과평가를 개편한 뒤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실제 기부자의 반응과 기존 성과평가와의 차이도 궁금합니다.

최지은 아름다운재단 공익사업팀 매니저

기부자와의 연결점이나 반응은 아직 도전해보지 않은 영역입니다. ‘이것이 재단의 성과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고 이런 성과가 나왔습니다’라고 공식적으로 기부자와 만나 이야기해본 적은 아직 없습니다. 앞으로 해나가야 할 과정입니다. 다만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단체와 관련해서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시민사회 역량 강화’라는 핵심 목표 가운데 ‘연결성’이라는 성과목표를 두었는데, 이를 성과목표로 분명하게 만들고 나니 ‘연결성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오리엔테이션에서도 같은 영역과 주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도록 테이블을 구성하는 등 프로그램을 조금 더 세심하게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연결성이 성과목표로 없었다면 이러한 시도나 그로 인해 생긴 변화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성과평가와 비교하면 큰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기보다는 담당자의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결과보고서의 문항 역시 무엇을 묻고 있는지가 좀 더 분명해졌습니다. 문항의 길이는 여전히 길지만 작성자가 지치지 않도록 매년 조금씩 줄여가고 있습니다.

Q. 수치화하기 어려운 정성적인 평가자료를 활용하면 객관성이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이 생기거나 성과가 부풀려질 가능성은 없을까요?

최지은 아름다운재단 공익사업팀 매니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성과가 아닌데 그냥 의미를 붙인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런 ‘뻔뻔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치로 말해주지 못한다고 해서 성과가 아니라고 하기보다, 직접 모니터링을 하고 현장에 있었으며 1년 동안 프로젝트를 보면서 이런 맥락과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객관성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성과평가 자체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너무 정성적이어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보다, 객관성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내려놓고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관계를 형성하는 시도가 실제 구체적인 성과로 어떻게 연결되나요?

박정웅 임팩트얼라이언스 커뮤니티운영팀 팀장

저는 보이지 않는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것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를 이야기해도 되나’라는 심리적 허들이 있을 수도 있고, 실제 성과가 없을 수도 있고, 미처 이것을 성과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매일, 일주일, 한 달 단위로 계속 기록을 남기는 것입니다. 임팩트얼라이언스의 경우 이사회에서 한 이야기 역시 홈페이지에 공개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것까지 남겨야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3~4년 동안 계속하다 보니 사람들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스케치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사가 생태계에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관계를 통해 실제로 나타난 변화도 있습니다. 관계의 접근성과 효율성, 다양성이 높아졌습니다. 누군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연결해주거나, 행사 연사와 프로젝트 파트너, 강사 등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작은 조직이 혼자 하기 어려운 건강검진이나 공간 협력, 큰 프로젝트와 컨퍼런스 등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 담당자와의 관계도 이어지고 있고, 정책과 관련된 활동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각을 잡고 하기보다 차를 마시고 밥을 먹으며 나눈 관계들이 오랜 시간 쌓이면서 가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또한 현장과 계속 만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임팩트얼라이언스에서는 1년에 약 400번 사람들을 만납니다. 조직의 기부자나 후원자를 직접 많이 만나본다면 조직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데이터를 모아야 하며, 어떤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Q. 생산적인 비용과 비영리 생태계를 위한 기부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런 기부가 늘어나기 위해 비영리단체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김강석 기부자·블루홀(현 크래프톤) 공동창업자

계기는 비영리조직을 만나면서 느꼈던 답답함이었습니다. ‘기부자님이 원하시는 성과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 왜 기부자에게 원하는 성과를 먼저 묻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조직이 어떤 사업을 하고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를 먼저 이야기한 뒤, 기부자에게 그 사업에 참여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비영리 현장에 있는 분들의 진정성과 헌신을 보면서 ‘우리가 조금 더 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변의 잠재적인 기부자들에게도 이러한 활동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관심이 넓어졌습니다. 비영리조직에는 ‘뻔뻔함’, 조금 정제해서 표현하면 ‘담대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화자찬을 할 수도 있고, 지표나 수치로 증명할 수 없는 내러티브를 제시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잘못한 것도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실패했거나 예상한 대로 되지 않았을 때 그것을 단순히 감추거나 ‘실패했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해석하고 분석하고, 그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의 기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하는 기반조성 기부나 성장 중심의 기부는 결과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어렵지만, 그것이 생태계에 긍정적인 자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 시도 속에서 좋은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것을 믿는 기부자와 자본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과제

성과라는 것이 결국 우리의 미션이자 비전이며,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은 언제나 하나의 모습이나 하나의 정의로만 드러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숫자로, 때로는 관계와 과정으로, 또 때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는 변화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모습의 성과를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할 것인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하고, 동시에 어려운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 과정 속에서 성과에 대한 우리의 관점과 방식도 계속 다듬어져 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고 새로운 시도와 방법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지에 대한 큰 방향성은 놓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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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임다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