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를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할 것인가는 단순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가치 있는 결과로 인정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며 정치적·규범적 선택이다. 그런데 이러한 선택에서 성과를 측정 가능한 산출로만 이해할 때,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적 가치는 성과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복지 서비스의 시장화는 더 많은 선택과 품질 향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한 결과를 도출해냈는지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아야 하는 계층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장기요양서비스의 확대가 모든 노인이 질 좋은 돌봄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만들었지만, 민간 시설의 확대와 서비스의 표면적 보편화가 실질적 대안으로 이어졌는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오히려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이 민간 돌봄 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해 스스로 경제적 자원을 마련해야 하는 이중의 곤경에 놓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Broms et al.,(2020)은 스웨덴의 복지서비스 시장화 사례를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노인 돌봄 서비스 등이 시장화되었을 때 당사자인 노인이 직접 서비스 품질을 비교하거나(정보 접근성) 돌봄제공자를 쉽게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선택권) 복지서비스 시장화를 통한 경쟁이 품질 개선의 압력으로 작동하기 보다 비용 절감의 압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돌봄서비스에 종사하는 종사자 환경과 대우는 또다른 이슈이다). 그 결과 측정이 가능한 항목은 관리되지만, 존엄성, 정서적 지지, 관계적 돌봄과 같이 수치화하기 어려운 항목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성과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는 핵심적 질문이 된다. 돌봄 서비스는 시설, 인력, 절차, 이용자 만족도와 같은 지표로 일부 측정될 수 있다. 그러나 돌봄의 중요한 요소 중 상당수는 성과 지표에 명확히 적거나 사후 평가로 완전히 확인하기 어렵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 불안을 덜어주는 관계, 존엄을 지키는 태도는 쉽게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다. 문제는 바로 이러한 요소들이 돌봄의 본질에 가깝지 않은가? 그러나 성과를 측정 가능한 산출 중심으로 정의하는 순간, 조직은 측정 가능한 것에 더 많은 자원과 주의를 배분하게 된다. 그 결과 관계 형성, 정서적 지지, 신뢰 구축처럼 서비스의 핵심이지만 수치로 포착하기 어려운 요소들은 점차 후순위로 밀린다.
비영리조직이 직면한 성과에 관한 고민
이러한 구조는 돌봄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비영리조직에서도 외부의 성과 요구는 사업을 ‘보여줄 수 있는 결과’ 중심을 고려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기반은 비용으로만 간주될 수 있다. 인프라, 인건비, 학습과 성찰, 관계 형성에 필요한 시간은 성과와 무관한 비용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토대다. 그럼에도 외부에서는 낮은 운영비와 높은 산출을 요구하고, 조직은 이에 맞추기 위해 필수적인 기반을 줄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반이 약해질수록 조직은 더 취약해지지만, 동시에 더 많은 성과를 요구받는다. 이는 비영리조직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자원결핍 악순환, 즉 Nonprofit Starvation Cycle(Gregory & Howard, 2009)과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하고, 무엇을 성과로 측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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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빙코리아 2025 기조강연에서는 성과를 단기 산출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적응 역량의 관점에서 다시 이해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을 제기했다(행사 링크). 고정된 목표와 결과에 매몰되기보다 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한 조직학습 능력, 변화하는 조건에 맞춰 전략을 조정하는 능력, 계획하지 않았지만 나타나는 긍정적 변화 등에 좀 더 초점을 맞춰보자는 것이다. 이는 단지 비영리조직의 성과측정 방법을 개선하자는 제안에 머무르지 않았다. 비영리조직의 역할과 존재 이유, 더 나아가 생태계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조건을 다시 묻는 논의였다. 올해 기빙코리아는 이 질문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 현실적으로 비영리조직은 재원 확보와 이해관계자의 요구 속에서 단기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그러나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 산출 중심의 접근을 넘어, 서비스의 지속성, 관계의 유지, 학습과 적응 능력 같은 장기적 요소를 성과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성과를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할 것인가는 결국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둘 것인지, 그리고 누구의 경험을 성과로 인정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이를 구체적으로 측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기빙코리아가 이어가고자 하는 논의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변화의 방향도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참고문헌 : Broms, R., Dahlström, C., & Nistotskaya, M. (2020). Competition and service quality: Evidence from Swedish residential care homes. Governance, 33(3), 525–543.
Gregory, A. G., & Howard, D. (2009). The nonprofit starvation cycle. 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Fall: 4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