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순이’라는 사랑스러운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순이를 키우기 전까지 저는 고양이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순이가 집에 온 뒤로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고양이의 습성을 검색하고, 사료 성분표를 비교하고,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에서 몇 시간씩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저의 관심사는 순이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밥을 챙기고, 퇴근 후에는 순이와 시간을 보내고, 작은 몸짓과 울음소리를 살피는 일은 제 일상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한 생명을 돌본다는 것은 단지 해야 할 일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쓰는 방식이 달라지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순이는 제 일상만 바꾼 것이 아닙니다. ‘고양이의 날’이 되면 동물 관련 단체에 기부를 하게 되었고, 유기묘 구조 소식에 어느새 순이의 얼굴이 겹쳐 보여 이들에게 안락한 삶이 주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순이를 향한 마음이 다른 고양이들에게로 조금씩 넓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이 저만의 것일까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기부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실제로 다를까요?

고양이순이

반려묘 순이

 

개와 고양이 반려인 중 누가 더 기부를 많이 할까?

실제 이와 유사한 질문을 다룬 연구가 있습니다. 다트머스대학교 허버트 창(Herbert Chang) 교수 연구팀이 2025년에 발표한 연구는 미국에서 10년간 축적된 약 7억 8,800만 건의 기부 데이터를 분석해, 반려동물 양육 여부가 기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연구 결과, 1회 기부액은 비반려인이 가장 높았지만, 기부 빈도는 반려인이 더 높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고양이 반려인이 개 반려인보다 기부액이 더 많고, 기부하는 단체의 다양성도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왜 고양이 반려인의 기부 빈도와 기부 대상의 다양성이 더 높게 나타났을까요? 연구팀는 그 이유를 반려동물 자체보다, 반려동물을 선택하고 돌보는 사람들의 성향과 연결해 해석합니다. 기존 심리학 연구에서는 개 반려인이 상대적으로 사교적이고 공동체 지향적인 이미지로, 고양이 반려인은 상대적으로 내향적이지만 개방성이 높은 집단으로 설명되어 왔습니다. 특히 ‘개방성’은 새로운 경험과 다양한 가치에 열려 있는 성향으로, 기부 행동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 반려인이 더 다양한 단체에 기부하는 경향은 이들이 여러 사회적 의제와 낯선 대상에 마음을 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기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의 중요도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반려동물 양육 여부는 소득, 학력, 성별에 이어 네 번째로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단순한 취향이나 생활방식의 차이에 그치지 않고, 기부 행동을 예측하는 의미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가능한 해석일 뿐이며, 이 연구결과를 두고 ‘고양이를 키우면 기부를 더 많이 한다’는 식의 단순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경험이 단순한 취향을 넘어 우리가 어떤 대상에게 마음을 열고 어떤 방식으로 나눔을 실천하는지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고양이와개 이미지

출처 : pixabay

 

반려동물을 향한 사랑은 어디로 이어질까?

그렇다면 반려동물과 기부문화를 연결한 국내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동물보호를 위한 기부 외에도 반려동물을 향한 마음을 다양한 나눔으로 확장하려는 캠페인들이 있습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펫’ 프로그램은 반려동물 이름으로 월 2만 원 이상 정기기부를 약속하면, 반려동물 사진이 들어간 기부자 회원증을 발급해줍니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의 ‘댕냥이 캠페인’도  반려동물의 이름으로 소아암 어린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의 이름으로, 누군가의 삶을 응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토스뱅크의 ‘기부하트’ 캠페인 역시 반려동물을 향한 애정과 기부를 연결한 사례입니다. 이용자가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거나 다른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 게시글과 좋아요 1개당 1원이 기부금으로 환산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모인 기부금은 토스뱅크가 부담해 동물자유연대에 전달되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나눔이 될 때

고양이에 대해 무심했던 저는 순이를 만나 고양에 관심을 갖고, 그 존재와 닮은 다른 생명들에게 마음이 열렸습니다. 고양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 곁의 작은 존재를 돌보는 마음으로, 조금 더 넓은 세계를 돌보는 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기부가 늘 거창한 ‘사회적 대의’에서 시작하기보다는 어떤 기부는 아주 작은 사랑에서 시작됩니다. 기부가 늘 거창한 사회적 대의에서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기부는 아주 작은 사랑에서 시작됩니다.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명. 그 존재를 향한 마음이 다른 생명과 사람에게로 번져갈 때, 좋아하는 마음은 나눔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