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5일,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와 주한미국대사관의 공동주관으로 ‘비영리경영과 거버넌스’에 관한 워크숍이 주한미국대사관 아메리칸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는 특별히 비영리조직에서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는 관리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요,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교수이자 현재 풀브라이트 학자로 제주대학교에서 강의와 연구 활동을 하고 계신 무투사미 쿠마란(Muthusami Kumaran) 교수님의 유쾌한 강의와 함께했습니다.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각 참석 기관별로 비영리조직 이사회를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운 점 등을 간략하게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니 대부분의 조직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셨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소통할 수 있을까?” “건강한 거버넌스 운영이란?” 이에 대한 쿠마란 교수님의 답변을 함께 들어볼까요?

제가 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늘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NGO가 없었더라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두운 세상이 되었을 것이라고요.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NGO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상당히 발전한 모습을 보면 매번 놀랍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까지 한국의 NGO가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거버넌스는 NGO 뿐만 아니라 정부, 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NGO에서는 보다 더 중요하고 폭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20년 넘게 이 분야에서 일을 해오면서 9개국에서 2,500개가 넘는 NGO의 관계자들을 만나왔고 단순히 교수로서 뿐만 아니라 비영리조직 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도 5개 조직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을 토대로 여러분께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를 가든지 거버넌스에 관해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NGO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우선

NGO가 특별한 이유는 정부와 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이들이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이윤 창출이라는 목표만을 가지고 있는 한편 NGO들은 여성의 역량강화, 환경보호 등 그들 조직만의 구체적인 미션을 가지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가 NGO 경영 관련 강의를 하러 갈 때마다 사용하는 네 개의 원으로 된(동심원) 그림입니다. 가운데에 위치하는 것이 바로 미션으로 NGO의 영혼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NGO의 모든 행동에 근간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이에 걸맞은 좋은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람들의 욕구가 있는 곳에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선의(good will)입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의를 바탕으로 기관을 신뢰하고 기부와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지게끔 명확한 소통과 마케팅이 중요합니다. 네 번째는 전략적 기획입니다. 이는 NGO가 5년 뒤, 10년 뒤 가야 할 다음 단계의 모습을 그리는 전략적인 활동으로 이 네 가지 모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바로 좋은 거버넌스의 기반이 됩니다. 이사진들도 이사회에 참여함으로써 조직을 돕기 전에 이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NGO의 특성 (출처: 쿠마란 교수님 발표자료)

NGO의 특성 (출처: 쿠마란 교수님 발표자료)

NGO 거버넌스란?

기업과 마찬가지로 모든 등록된 NGO는 집단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사회와 같은 기구를 두어야 합니다. 이사진은 법적인 책임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책임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이사로서 내리는 결정들이 클라이언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거버넌스는 조직과 조직의 핵심 사명을 위한 이사회 차원의 집단적 의사결정과정으로 조직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이사회의 한 역할입니다.

좋은 거버넌스의 핵심요소는 8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책임감, 투명성, 클라이언트의 문제에 대해 반응적이면서 포용적인 태도, 제한된 예산과 시간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정부의 법적요건을 충족시키는 것, 모두가 참여하고 공감된 합의에 바탕을 둔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 있습니다.

좋은 거버넌스의 핵심요소 8가지 (출처: 쿠마란 교수님 발표자료)

좋은 거버넌스의 핵심요소 8가지 (출처: 쿠마란 교수님 발표자료)

그렇다면 실패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사회 회의가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등 활발하게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소극적인 이사회의 문제점이 있을 수 있고 미션 자체가 표류할 때 실패할 수 있습니다. 앞서 보여드렸던 동심원에 있는 미션은 변하지 않아야 하고 활동에 맞추어 미션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한 자원의 잘못된 활용, 소통과 명문화된 정책기획문서의 부재, 경영진의 잘못된 방향설정 등의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각각 다르지만 이사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때 이 중 어떤 것이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조직의 규모와 성장에 따라 이사회 구조 자체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고 이상적인 이사회 숫자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경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7-21명 사이, 홀수로 구성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기는 한 번에 2-3년 정도, 최대 3차례까지 총 9년을 연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의에 잘 참여하지도 않고 적극적이지 않은 이사를 연임하는 것은 조직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조직 중에는 이사로서 자신의 활동을 평가할 수 있도록 자기평가서(self-assessment tool)를 활용하는 기관도 있었습니다. 이같이 이사로서 자기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사회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3분의 1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한데 기존의 이사들이 신임이사를 오리엔테이션 하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기간이 될 때마다 이사의 3분의 1 정도만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외에도 조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관심사와 배경, 전문성을 가진 이사회를 선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재무 등 각각의 위원회를 만들어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11-12개의 위원회가 있는 조직도 있는데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는 각 조직의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조직이 갖추어야 할 두 가지 핵심 규정문서에는 설립에 필요한 등록문서와 이사회 운영정책과 절차를 담은 정관이 있습니다. 정관은 한국에서 의무사항은 아니나 적절한 이사회 구성과 각각의 이사에게 이사회 활동과 책임에 대한 안내를 위해서는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정관의 구성요소에는 조직정보, 이사회 이사 및 회의절차, 재정 정책, 이사회 임원 및 위원회, 개정·수정요건 등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사회와 개별이사진의 역할

<이사회의 10가지 핵심역할>

  1. 조직의 사명과 목적을 결정한다.
  2. 대표를 선임, 채용한다.
  3. 대표를 지원하고 그 업무성과를 정기적으로 평가한다.
  4. 효과적인 조직기획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5. 충분한 자원이 동원될 수 있도록 한다.
  6. 효과적으로 자원을 관리한다.
  7. 조직의 프로그램 및 서비스를 결정, 모니터하고 강화한다.
  8.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법을 준수하도록 한다.
  9. 조직의 대외적 입지를 강화한다.
  10. 신임 이사회 이사를 선임하고 오리엔테이션(이사회 매뉴얼) 실시 및 전반적인 이사회 성과를 평가한다.

이사회로서 수행해야 하는 10가지 핵심역할과 더불어 개별이사진이 갖추어야 할 자질로는 먼저 조직의 미션과 성공에 헌신적이어야 합니다. 자신이 이사로서 몸담고 있는 NGO에 대한 신념이 있어야 하고 이에 매진할 수 있는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이사진으로서 법적인 책임뿐만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 책임을 가져야 합니다. 세 번째는 비영리단체의 일상적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 것입니다. 매일 사무실에 갈 필요는 없지만 이사회가 열리면 참석하여 기관을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기관의 미션과 관련된 내용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조직의 서비스 및 법적, 재정적 사항에 대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충분한 정보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을 위해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제대로 된 이사회 차원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필요시에는 적절한 질문을 하기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법적 의무와 책임을 다할 수 없을 시 사퇴하거나 자문역할을 맡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자기평가(self-assessment)를 통해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을 때 물러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사와 NGO에 대해서 관심은 많지만 바빠서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면 이사진에서 물러나 자문역할을 하는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NGO 경영의 핵심기술

이것은 이사회가 하는 일은 아니지만 이사회는 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합니다. 가장 먼저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강조하는 내용으로 좋은 미션을 토대로 탄탄한 기반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NGO가 가지고 있는 핵심가치를 사람들이 들었을 때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능하면 두 문장 정도로 표현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웹사이트를 통해 홍보하고 그 NGO만의 독특함이 무엇인지 알리는 스토리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프로그램 기획 및 평가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문제를 파악하고 그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절차가 중요합니다. 미국에서는 전략기획을 하고 있는데 모든 NGO들이 5년에 한 번씩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당장 전략기획부터 시작할 수 없다면 프로그램 기획부터 시작하여 그 이후에 전략계획을 덧붙여나가는 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지도부 및 인적자원 관리입니다. 조직의 임원진, 실무직원 등 헌신적으로 일하는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를 관리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펀드레이징과 관련된 내용으로 NGO의 핵심가치에 대한 스토리를 전달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어떻게 관심을 가지고 기부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이외에도 정부의 지원금을 받기 위한 신청서 작성, 기업의 CSR 등을 어떻게 활용해서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부분도 중요합니다.

다섯 번째는 리스크 관리로 어느 조직이든지 위험요소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실패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참고자료 다운]

글 | 장영진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