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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는 비영리 법인 설립 제도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아시아 소셜섹터를 진단하는 공익활동 환경평가 지수(Doing Good Index, 이하 DGI)부터 일본의 제도 개혁, 그리고 한국 제도의 현황과 현장에서 벌어지는 구체적 사례까지, 네 개의 발표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데이터가 던지는 질문에 현장의 사례가 답하고, 다시 그 사례가 제도 개선의 방향을 가리키는 시간이었습니다. |
개회사 및 환영사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개회사와 환영사로 행사의 문을 열었습니다.

개회사를 맡은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노연희 소장은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채워 주신 시민사회 활동가, 연구자, 정책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한국이 Doing Good Index 조사에서 비영리 법제도의 이해·준수 어려움 1위를 지속적으로 기록해 왔다는 점을 짚으며, 수치 너머에는 공익을 위해 일하고 싶어도 첫발을 내딛기 어려운 수많은 시민과 단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허가주의’라는 오래된 관행이 시민사회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면, 그 구조를 데이터로 드러내고 사례로 질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이번 행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발표를 위해 홍콩에서 참석한 Annelotte Walsh 연구부장과 장희수 CAPS 동북아시아부장, 일본 사례를 준비한 유 이시다 교수, 설립허가 제도 연구를 이어 온 김정연 교수, 현장의 생생한 사례를 가져온 김덕산 이사장에게 감사의 말도 함께 전해졌습니다.

이어 환영사를 맡은 아름다운재단의 김진아 사무총장은 시민사회가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공익을 위해 뜻을 모은 사람들이 조직을 만들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법인 설립 단계부터 높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김진아 사무총장은 오랜 문제의식 끝에 올해 4월 민법 제32조 비영리 허가주의의 위헌성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고, 이어 광범위한 연대를 통한 네트워크 활동이 본격화되었음을 전하며, 이번 행사가 그 문제를 데이터와 사례로 정면에서 다루는 자리이자 제도 변화를 향한 실질적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Centre for Asian Philanthropy and Society(CAPS) 소개

장희수 (동북아시아부장, Centre for Asian Philanthropy and Society)
개회사와 환영사에 이어, DGI 데이터를 발행한 CAPS에 대한 소개가 진행되었습니다. CAPS는 2013년 홍콩에 설립된 독립 연구·자문 기관으로, 17개국에서 ‘민간 자본을 공공의 이익으로’를 미션으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연구·자문·교류·교육의 네 가지 방식으로 민간 기부가 사회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하도록 돕고 있으며, 이날 발표된 DGI는 소셜섹터의 환경을 진단하는 CAPS의 대표 연구입니다.
발표 1. Doing Good Index 2026 결과 발표

Dr. Annelotte Walsh (연구부장, Centre for Asian Philanthropy and Society)
첫 발표는 아시아 17개국의 공익활동 환경 측정하는 Doing Good Index 2026의 결과 공유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 지표는 규제, 세제·재정 정책, 정부 조달, 생태계라는 네 개의 축으로 공익활동 환경을 평가합니다. 한국은 다섯 클러스터 가운데 ‘Doing Better’에 위치했습니다. 2018년 이래 같은 자리만을 지키고 있습니다. 고소득 경제, 제약 없는 재원 흐름, 활발한 기업·시민 참여, 견고한 디지털 인프라까지 한국은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발표는 ‘강한 구성 요소, 약한 연계’라는 한 문장으로 한국의 과제를 압축했습니다. 좋은 제도가 따로 존재하지만 서로 잘 맞물리지 못한다는 진단입니다.
- 신뢰의 격차: 정부로부터 신뢰받는다고 느끼는 단체는 한국 14%로, 아시아 평균 36%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소속 단체와 섹터 전반에 대한 낙관도 2022년 이후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 복잡한 규제 환경: 등록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이 81%(아시아 3위), 법률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76%(아시아 1위)에 달했습니다. 감독 기관이 43개에 이르는, 아시아에서 가장 분절된 규제 체계라는 점도 지적되었습니다.
- 재원과 인재: 세제 혜택은 있으나 신청이 복잡하고, 일하고 싶은 사람은 있으나 보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구조적 어려움이 드러났습니다.
발표는 한국이 ‘Do Well’로 나아가기 위한 네 가지 방향을 제시하며 마무리되었습니다. 참여 절차 간소화, 신뢰 강화, 자본 동원, 인재 투자입니다.
발표 2. 일본 비영리법인 설립 제도의 현황과 정책 동향

Yu Ishida (교수, 간세이가쿠인대학 인간복지학부)
두 번째 발표는 시야를 일본으로 옮겼습니다. 일본의 제도 동향은 세 단어로 요약되었습니다. 비영리법인에 대한 우대와 재원 확대, 관할의 분권화, 제도의 간소화와 장기적 정비입니다. 일본은 1998년 NPO법 제정과 2001년 인증 제도 도입 이후, 시민활동형 비영리법인의 활동 분야를 꾸준히 넓혀 왔습니다. 인증 비영리법인에는 소득공제·세액공제 등 기부에 대한 세제 혜택이 연결되고, 대중지원제도(PST) 등 인증 요건은 단체의 성장을 돕는 방향으로 거듭 완화되었습니다. 관할 분권화 사례도 흥미로웠습니다. 국세청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사무가 이관되면서 접점이 가까워지고 문의·응답이 수월해진 장점이 있는 한편, 심사 기준이 표준화되지 않아 지역별 격차가 생기는 단점도 함께 나타났다는 점은 한국 상황과 유사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특히 올해 2026년 4월 시행된 새 공익신탁법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100년 넘게 이어진 공익법인 제도 개혁의 연장선에서, 주무관청 허가제(1896년)는 행정기관 인증제로 전환되었고, 공익신탁의 재원·수탁자·세제 혜택의 범위가 크게 넓어졌습니다. 다만 발표는 제도가 정비되어도 많은 단체에 서류 작성 등 행정 부담이 여전하고, 개정 내용을 활용할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과제도 솔직하게 짚었습니다.
발표 3. 주무관청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제도의 운영실무와 문제점

김정연 (연구위원,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세 번째 발표는 주의를 국제 진단에서 한국 제도의 핵심으로 이동시켰습니다. 사람들이 비영리 법인을 세우려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독립된 법적 실체를 얻고, 지키려는 가치를 지속하며, 공익사업의 자격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설립의 첫 단계에서 좌절합니다. 절차도 기준도 일관성 있게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발표는 ‘주무관청’이라는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 범위는 중앙행정기관에서 광역지자체·교육청으로, 다시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기관에 신청해야 하는지조차 불분명하다 보니, 기관끼리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미루는 이른바 ‘핑퐁’ 현상이 벌어집니다. 사회적 소수자 인권을 목적으로 한 단체가 거부를 거쳐 행정소송 끝에야 주무관청의 공백을 확인받은 사례(2016년 서울행정법원 판결)가 대표적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허가의 실질적 요건이 법률은 물론 시행령에도 단 하나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행정규칙에는 ‘목적사업의 실현가능성’, ‘충분한 능력과 재정적 기초’, ‘명칭의 비중복성’이라는 추상적 기준만 담겨 있을 뿐, 그 내용은 담당자의 재량에 좌우됩니다. 신청인의 예측가능성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김정연 연구위원은 개선 방향으로 허가주의에서 준칙주의로의 전환 검토, 핵심 요건의 법률 명문화, 지자체 위임 요건의 법령화, 규제가 정당화되는 영역의 분리, 그리고 허가·불허가 사유 공개를 비롯한 투명성 확대를 제안했습니다.
발표 4.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비영리법인 설립허가주의의 문제점

김덕산 (이사장, 한국공익법인협회)
마지막 발표는 제도의 빈틈이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생생한 사례로 보여 주었습니다. 청소년의 사회적 관심과 시민의식 함양을 목적으로 한 단체가 설립허가를 신청했다가, 여러 차례 보완과 반려를 거듭하며 결국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위헌제청 신청에까지 이른 과정이 시간순으로 공유되었습니다. 민법 제32조 중 ‘비영리 사단법인 부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제청하는 법원 결정까지 이어진 사건입니다.
발표는 이 과정에서 드러난 네 가지 쟁점을 정리했습니다.
- 사업장 소재지: 활동범위가 여러 시·도에 걸친다는 이유로 사무소를 추가로 요구받았으나, 법령 해석상 활동범위를 사무소 소재 지역으로만 한정해 볼 수는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 기본재산: 부처별로 기준금액이 제각각이거나 아예 없는데도, 현장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본재산을 사실상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수익사업 허용 여부: “비영리법인은 수익사업을 할 수 없다”는 오해가 여전했습니다. 실제로는 중계료·입장료 등 수익을 올리는 단체도 존재합니다.
- 재정안정성: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재정안정성이 부족하다”는 판단만 반복되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 결과, 기본재산 0원이나 190만 원으로 설립된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국고보조금을 수입원에서 빼라는 요구, 목적사업을 추가하려면 타 부처 허가를 받으라는 안내, 기본재산 처분 절차를 몰라 해산을 권유받은 사례 등 행정 전문성의 부재를 보여 주는 현장 사례가 다수 소개되었습니다.
김덕산 이사장은 대안으로 비영리 전담 소관부서 설치, 공표된 설립기준과 행정처분 기준 마련, 재량권 사용 범위의 명확화와 문서화를 제시했습니다. 명문 기준을 갖춘 서울시·서울시교육청 사례도 함께 공유되었습니다.
네 개의 발표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였습니다. 좋은 제도와 탄탄한 기반을 갖춘 한국의 소셜섹터가 어떻게 그 구성 요소들을 서로 연결해 신뢰받는 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물음입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는 앞으로도 데이터와 현장을 잇는 연구를 이어 가겠습니다. 금번 발표 행사가 모두를 위한 변화, 변화를 만드는 연결을 만들어 가는 길에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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