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신임 소장으로 서울시립대 박훈 교수가 취임했다. 법학 전공자이자 기부 관련 법률의 전문가로서 앞으로 기부문화를 성장시키기 위한 정책적 변화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취임을 맞아 2003년부터 시작된 기부문화연구소와의 인연을 비롯해 기부문화에 대한 박 신임소장의 생각, 나아가 앞으로 소장으로서 그가 기부문화 발전을 위해 해내고 싶은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Q.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소장님이 어떤 분이신지, 기부문화연구소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법학 전공으로 2003년부터 서울시립대에서 세법, 상속세, 증여세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기부문화연구소와는 3대 소장님인 원윤희 교수님과의 인연으로 2008년에 연구위원으로 참여한 게 시작이었지요. 기부문화연구소에 다양한 전문가들이 있지만, 그중 법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으로 함께 한 거였어요. 연구위원이 되면서 ‘기부활성화를 위한 세법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를 했는데 기부문화연구소의 첫 번째 기획연구로 기억합니다.

Q. 사회복지나 경제 등의 분야가 아닌 법학을 전공한 분이 비영리 기부분야의 연구를 지금껏 계속 해오셨지요. 연구해오신 분야를 생각하면 현재 한국의 기부문화를 바라보는 눈도 다른 전공자들과 좀 다를 것 같습니다.

한번 관련 연구를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그 다음의 일로 연결됐어요. 주식 기부나 용역기부, 유산기부 등 기부 및 공익 법인에 대한 법 제도나, 기부금에 대한 세제 관련 발표나 토론을 많이 해왔습니다. 제가 관련 연구를 시작하던 초반에는 주식 기부가 이슈였고, 그 다음에는 계획 기부가 화두로 떠올랐지요. 일본과 미국에 연구년을 다녀올 때는 각 나라의 기부 트렌드를 배웠어요. 미국 연구년을 가기 위해 미국대사관 비자발급 인터뷰시 연구목적에 대해 “기부에 대한 세금을 연구하려 한다”는 말에 미국 대사관 비자담당자가 흥미를 갖고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던 것이 생각납니다. 

전공과 관련해 기부문화를 바라보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제학이나 사회복지학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접근하는 것과는 다를 거에요. 기부와 관련해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때, 그게 현실에서 가능하려면 현행 법제도를 통해 현실로 나타나야 할 거니까요. 실제로 정부 기관과 소통할 때는 법률로 이야기하게 되지요.

Q.소장님이 생각하는 한국의 기부문화 현주소는 어떤 모습인가요?

기부나 기부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고 있고, 그 과정에서 투명성에 대한 이슈가 떠오르고 있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1조원이 넘는 재력가들의 기부재산 이야기가 나오면서 기부문화에 의미 있는 동력을 제공하고 있고요. 이런 가운데 국가가 여러 공익제도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민간 차원에서의 공익 활동 역할도 더 중요해지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기부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기존의 제도 차원에서 대처해야 할 테고요. 기부 생태계가 이런 사건들을 걸러낼 수 있도록 자정능력에 맡기는 것도 필요합니다. 국가와 달리 민간단체는 좀더 미시적인 영역에 맞춤 지원사업으로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거든요. 민간 영역에서 스스로 좋은 아이템을 찾아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그간 기부문화연구소를 살펴보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꼽는다면 무엇이었나요?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일은 21년간 아카이빙되온 기빙코리아입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잠깐 반짝이다가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지속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멈출 수도 있지요. 그런 일들을 기부문화연구소가 20년 넘게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입니다. 여기에 기부문화연구소라는 울타리 안에서 모이는 연구자 네트워크가 상당히 잘 되어 있어요.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공자들이 함께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학자인 저 자신의 입장에서 크게 동기부여됩니다.

Q. 기부문화연구소의 향후 운영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기부지수와 관련한 기빙코리아 2021년의 운영을 우선할 예정입니다. 여러 연구위원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기부문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에도 힘쓰려 하고요. 실무 배경을 지닌 연구위원 영입도 이런 차원에서 고려해보고 있습니다. 기부문화연구소 차원에서 기부 분야의 신진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노력도 계속할 것입니다.

Q.앞으로 소장으로서 함께 하게 될 기부문화연구소 구성원들에게, 나아가 기부문화연구소를 바깥에서 지켜볼 대중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전해주세요.

지금까지는 봉사자로서, 혹은 자문위원이나 부소장으로서의 역할로 기부문화연구소를 지원해왔는데요. 함께 일할 분들과 어떤 부분을 해나갈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해보려 합니다. 서로가 전문가인 입장에서 함께 해나가기 위한 소통을 꾸준히 해볼 겁니다.

연구소 바깥의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기부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기부 단체와 기부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기부라는 것을 매개로 기부 단체와 기부자가 협력해서 사회를 함께 변화시켜가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요. 기부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기빙코리아라는 연구가 기부에 대해 신뢰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 장을 넓혀갈 겁니다.

 

글|이상미
사진|김권일